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한은이 물가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1998년 기존의 통화량 중심 통화정책에서 금리 중심 통화정책을 채택했다. 금융기법 발달로 인해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통화량(현금)과 시중유동성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통화량 중심 통화정책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1998년 정해진 기준금리는 콜금리였다. 콜금리란 은행 증권회사 등의 금융회사 사이에서 초단기(주로 1일)로 급전을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말한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위해 콜금리 목표를 정하고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장 금리를 이와 가깝게 조절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공개시장조작정책이란 기준금리 목표를 정해 놓고 채권을 사고팔아 기준금리를 이에 맞추는 정책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은이 직접 콜금리를 통제하면서 자금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은이 콜금리를 항상 정해진 수준으로 맞춰 주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안정적인 콜시장 자금을 이용해 다른 채권 투자에 나선 것이다.

자금이 부족하면 금리가 오르고 자금이 남으면 금리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고, 자금을 빌리는 측은 그런 금리변동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데 한은이 금리변동 위험을 제거해 준 것이다. 콜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2007년 콜시장 규모는 32조5000억원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1조7000억원)의 약 20배에 달했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려고 2008년 3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콜금리에서 ‘RP금리’로 바꾼다. 한은이 직접 결정하는 RP금리가 기준금리가 됨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졌다. 더불어 콜금리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됐고, 콜자금을 이용한 무위험 채권 투자 등의 자금 왜곡 현상도 없어졌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