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부장(앞줄 가운데)과 웹툰팀 직원들이 인기 웹툰 ‘질풍기획’의 등신대 캐릭터 주변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네이버 제공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부장(앞줄 가운데)과 웹툰팀 직원들이 인기 웹툰 ‘질풍기획’의 등신대 캐릭터 주변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네이버 제공
“만화 서비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디지털에 맞는 새 콘텐츠를 찾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2000년대 중반, 네이버 유료만화 서비스 담당자는 회사에 이런 절박함이 담긴 보고를 했다. 당시 네이버 유료만화 서비스는 출판만화를 디지털화해 유료로 제공하던 것. 출판만화 시장이 무너지면서 만화 사업의 성장 한계가 나타난 시기였다. 회사에서는 1인 부서로라도 사업을 시작해 보라고 허락해줬다.

그로부터 10년.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방문한 한 독일 여성이 더듬거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중학교에서 상담 교사를 하고 있는데, 우울하다는 학생들에게 네이버 웹툰을 권해요. 재미있을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거든요.” 10년 전 네이버에 신사업을 제안했던 ‘유료만화 담당자’ 김준구 웹툰·웹소설 부장은 그 순간 울컥했다고 한다. “없던 사업이었어요.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콘텐츠가 됐다는 거잖아요. ”

○작은 제안이 네이버 대표 사업으로

‘웹툰 한류’ 시대다. 해외에서 순수 국내 콘텐츠인 웹툰에 주목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 국내 웹툰 역사와 맥을 같이해온 네이버 웹툰 팀이 있다. 네이버 웹툰 팀은 열다섯 명이다. 팀원마다 일과도 제각각이다. 밤 12시 넘어서까지 웹툰 작가들의 전화를 받는가 하면, 회사원들이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 작가의 작업실로 외근을 나가는 사람도 있다.

웹툰 줄거리 논의부터 웹툰 연계 사업모델 개발, 작가 관리까지 이 팀의 몫이다. 분야마다 가이드라인을 직접 만들어왔다. 김 부장은 “2005년 ‘바나나걸’ ‘골방환상곡’ 등의 작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독자가 1만명에 불과했다”며 “하루 독자 수가 600만명이 넘어설 정도니 단순히 600배 증가했다기보다는 없는 사업을 새로 만들었다는 게 맞다”고 했다.

지난해는 작품 미리보기, 광고 등으로 웹툰 작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웹툰 연계 수익모델 ‘PPS’를 처음 만들었다. 처음에는 웹툰 팀에서도 반신반의했지만 한 달 만에 매출이 6억원에 달해 업계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았다. 지금 이 모델은 웹툰 업계에서 공식이 됐다.

좌충우돌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생긴 에피소드도 많다. 김 부장은 “늘 마감이 늦는 웹툰 작가가 있어 마감 시간에 뭘 하는지 건너편 오피스텔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며 “TV를 보고 있기에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며 웃었다. 울적하다며 지방으로 ‘잠적’한 작가를 잡아오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웹툰 출판

네이버 웹툰이 네이버 브랜드를 알리는 대표적인 창구가 되면서 해외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팀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이어 지난달 열린 영국 런던도서전에 부스를 열었다. 부스는 ‘번호표’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태국 출판사 그랑프리와 ‘노블레스’ ‘갓오브하이스쿨’ ‘소녀더와일즈’ 등 세 작품의 출판 계약을 맺어 하반기 출판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네이버 웹툰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자체를 배워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만화 출판 명가인 고단샤 쇼가쿠칸 등이 방문해 웹툰 노하우를 물었다.

김 부장은 “출판 만화 본고장인 일본서도 흥행 신화가 깨지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관심이 많다”며 “미국서도 DC와 마블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다”고 했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부터 ‘라인 웹툰’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를 앞두고 팀의 해외 업무도 한층 바빠졌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웹툰은 세계적으로 없던 서비스”라며 “국내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온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