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이어 우리 경제에 ‘환율 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원화 절상은 주변국의 정책요인이 강하고, 그 어느 때보다 환차익을 겨냥한 핫머니 성격이 짙은 점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또 미국 달러화 뿐만 아니라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주변 3대 경제강국 통화에 대해 모두 절상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원화 강세의 주범으로 꼽히는 외국자금 유입이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을 꼽는 시각이 많으나, 글로벌 자금 전환기의 나타나는 특수한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을 변경하는 전환기에 국제간 자금흐름에서 먼저 고려하는 기준은 확실한 방향이 잡힐 때까지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피난처(shelter)’ 기능이다.







‘S자형 투자이론’¹으로 볼 때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중간단계인 준(準)선진국으로 대우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shleter)로 적합국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출구전략 추진을 시사할 경우 투자자금이 이들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나, 올 3월 Fed 회의 이후 금융완화기조가 재확인될 경우 신흥국으로 자금이 재환류된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간 자금흐름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가 ‘순응성(procyclicality)’이 심해져 쏠림 현상이 정형화되고 있는 사실이다. 순응성이란 환율이 하락할 때에는 더 하락(overshooting)하고, 상승할 때 더 상승(undershooting)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환율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단기적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환차익을 더 크게 할 소지를 제공한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에 들어서도 달러 약세 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완만한 경기회복과 올 들어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규모축소)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평가지수는 ‘80’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² 남아있는 고용창출 등을 위해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달러 약세를,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이원적 전략(two track strategy)`으로 수출업체들에게 가격경쟁력을 보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러 약세 정책이 지속되느냐는 Fed의 통화정책이 지금의 완화기조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있는 만큼 밀턴 통화론자와 시카고 학파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 성장과 고용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재닛 앨런의 입장이다. 혼란을 줬던 3월 회의가 끝난 후 재닛 앨런은 앞으로 Fed는 ‘물가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ing)’ 뿐만 아니라 ‘성장 목표제(growth targeting)’와 ‘고용 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재닛 앨런은 고용을 최우선적으로 창출해 소득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면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경기 우호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Fed의 금융완화기조가 지속될 경우 달러평가지수는 현 수준인 ‘80’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부도 발권력을 동원해 엔저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를 추진한지 어느 덧 1년 4개월이 넘어섰다. 당초 기대했던 경기부양과 디플레이션 탈출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2차 아베노믹스’를 추진할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시기적으로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자 일본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과 와다나베 부인이 주도하는 엔캐리 자금이 떠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추진 초부터 근본적인 문제³를 안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가능성보다 또 다시 디플레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아베노믹스가 지향하고 있는 2015년 초반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의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인플레 갭’과 이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인데 이것들의 대폭적인 상승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위험수준에 도달한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올해 4월 1일부터 소비세 인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1997년 4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한 당시에도 성장률을 큰 폭으로 하락시키면서 `잃어버린 10년`에 빠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에도 성장률이 소비세 인상 전후로 1997년 소비세 인상 당시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아베노믹스와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조만간 일본 은행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⁴지금까지 추진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현행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2% 물가목표를 현실에 맞게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아베노믹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디플레이션 탈피’라는 명분을 훼손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2%의 물가달성을 목표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일본은행은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경로에서 소비자물가가 이탈할 경우 추가 양적완화와 엔저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8년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온 중국 경제는 작년 이후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작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도 전형적인 ‘스네이크형 미니 더블 딥(작년 1분기 7.7%→2분기 7.4%→3분기 7.8%→4분기 7.7%→올 1분기 7.3%) 현상’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대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올 2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던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동시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재현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 부채액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5. 올해 3월 들어서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올 2월 이후 수출급감에 크게 당혹한 시진평 정부는 외환자유화 계획을 일부 앞당겨 추진해 절상추세가 지속되던 위안화 가치를 절하로 유도하고 있다. 당초 6월에 계획된 하루 환율 변동폭 확대(±1%→±2%)를 지난 3월 17일로 앞당겨 추진했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금리인상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에서는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위안화가 절하가 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 일본, 중국 간의 환율을 놓고 미묘한 갈등관계가 심해지고 있는 점이다. 집권 2기에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을 추진하는 오바마 정부가 군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베 정부에 집단적 자위권을 주는 대신 엔저를 묵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진평 정부는 불가피하게 예상되는 통상마찰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하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흥국 통화가 경제대국의 정책요인으로 불리해질 때에는 정책적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부작용이 적으나 우리는 이 점에서는 자충수에 걸려 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담에서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소득대비 4%를 상회하는 경상 흑자국은 인위적인 평가절하 등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합의했다6.







하지만 지난해 우리 경상수지흑자 규모가 6%에 달해 곧이어 열린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한 시장개입은 통상마찰 등을 고사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명분이 약하다. 더욱이 환율방어를 위해 그동안 외평기금 과다 조달에 따른 부담으로 외환시장 개입비용이 크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좀 더 지켜보자’식의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중심 3국이 자국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따란 마찰 부담도 적다. 글로벌 이익과 자국 이익과 충돌할 때에는 자국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이기 때문이다.









원화 절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가장 확실한 방안이지만 대내외 여건상 여의치 못하면 차선책으로 `태환 개입(unsterilized intervention)`이 좋은 대안이다7. 최근처럼 물가가 안정돼 있고 국내 자산시장과 체감경기가 안좋은 여건에서는 달러 개입을 통해 풀린 유동성이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토빈세 부과 뿐만 아니라 선진국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유입의 대처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구적 불태환 개입(PSI·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8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9. 이 경우 외자 유출입에 따른 환율 급등락을 방지해 경제주체들의 착시와 교란을 방지할 수 있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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