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전 KDB운용 공동 대표 "주식서 돈 빠져 채권으로 흘러가"
“채권에서 돈이 빠져 주식으로 들어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나타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주식에 투자된 돈이 다시 채권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공동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6일 “중국 경제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회복되고 미국 경제지표도 개선될 것이란 올해 초 시장 전망은 현시점에서 보면 틀렸다”며 “한국 주식시장도 방향성 없이 불확실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미국 경제지표의 질(質)이 생각만큼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신규 주택 건설은 1960~1990년대의 최저치인 40만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파트타임 근로자를 뺀 미국의 실질 실업률 역시 13%로 2008년 저점(4.4%)보다 크게 높아 소비가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대표는 “소비나 투자가 아닌 재정적자가 미국의 성장엔진이 됐기 때문에 과거와 똑같은 성장률이라고 해도 시장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다”고 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2분기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 경제지표 둔화 원인은 ‘신용으로 풀어 놓은 유동성’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신용위기가 본격화하지 않는다고 해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는 ‘기업실적 추정치 하향조정’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연초 대비 1.09% 하락했고 중국(-3.42%)과 한국(-9.28%)은 하락폭이 더 컸다는 것.

그는 “‘수요 없는 중국’이 글로벌 상장사들의 컨센서스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여기에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 등 ‘비용’을 줄여 올린 실적이 한계에 도달해 있는 만큼 그동안 많이 올랐던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전 대표는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부진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반기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란 낙관론은 2분기를 정점으로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 시즌이지만 투자할 만한 주식이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도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박스권 하단 매수·박스권 상단 매도’ 전략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