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에 있는 PPI평화 본사에서 우건 대리(왼쪽부터), 이창석 상무, 임준환 대리가 해외 시장 개척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우 대리와 임 대리는 무협 일자리지원센터의 알선으로 이 회사에 취직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경기 화성에 있는 PPI평화 본사에서 우건 대리(왼쪽부터), 이창석 상무, 임준환 대리가 해외 시장 개척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우 대리와 임 대리는 무협 일자리지원센터의 알선으로 이 회사에 취직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2일 경기 화성시 장안면에 있는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와 이음관 제조기업 PPI평화 본사에서 만난 우건 대리(34)는 인도 뭄바이 출장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었다. 그의 업무는 인도 등 해외 신시장 개척. ‘대리’라는 직함에 걸맞지 않은 큰 임무다.

지난해 말 이전 직장이 문을 닫아 막막해진 우 대리에게 PPI평화를 소개해준 곳은 한국무역협회 일자리지원센터(www.jobtogether.net). 해외 영업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찾아줬다. 우 대리는 “민간 헤드헌팅 업체들은 해외 영업을 원한다고 하자 무역업체 사무직을 소개해줘 실망했는데 무협은 달랐다”며 “지방 중소기업이지만 연봉 등 조건이 좋았다”고 밝혔다.

"무역협회가 취업 도우미…해외영업 꿈 펼칠 곳 찾았죠"
대기업에는 취업 준비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 반면 지방 중소기업에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무협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무협에 따르면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한 취업 실적은 2011년 1976명에서 2012년 3757명, 지난해 4597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실적은 전년보다 22.4%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총 1944명을 취직시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1% 증가했다.

2012년 2월 한덕수 무협 회장이 취임한 이후 무협은 지방 청년무역사관학교와 섬유전문가 과정을 설립하고 일자리지원센터를 개편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지원센터는 지난해 4월 청년취업 인턴, 장년 인턴, 해외 마케팅 컨설턴트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창석 PPI평화 상무는 “해외 영업팀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말 무협에 인력 소개를 요청했더니 곧바로 4명을 추천해줬다”며 “이 중 3명을 채용할 만큼 우수 인력들이었다”고 전했다. 우 대리와 함께 입사한 임준환 대리(33)는 “무역 관련 일자리를 찾는 데 무협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무협은 지원센터 외에도 다양한 일자리 찾기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맞춤형 취업 알선으로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 LG전자에서 15년간 해외 영업을 하다 퇴직한 김준오 씨(52)는 최근 무협의 알선으로 아시아종묘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김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가 무협이 도와줘 너무 쉽게 재취업의 길이 열렸다”며 “기본 업무를 익힌 뒤 터키 법인장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온·오프라인 박람회로 해외 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원광대 경영학부(2006년 학번) 졸업 예정인 박용민 씨는 무협 온라인취업박람회 화상 면접을 통해 베트남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타오패션에 취직했다. 박씨는 지난 2일 출국에 앞서 “솔직히 경영학 전공자는 몇몇 서울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취직이 어렵다”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무협 박람회 덕분에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했다.

무협은 자체 사업 외에 범정부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정책도 돕고 있다. 2012년부터 총 64건의 일자리 창출 관련 건의를 해 47건을 정책에 반영시켰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참여기업 인센티브 확대와 기업 인력수요 조사 체계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고졸 근무자 군복무 후 재취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모두 무협 건의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한덕수 무협 회장은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면 대·중소기업 간 급여·복지 격차와 구인·구직자 간 요구 수준 불일치,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무협은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취업정보 불균형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