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4월, 새로 맞는 5월
4월은 찬란한 ‘계절의 여왕’ 봄을 앞장서 이끄는 초록의 달입니다. 하지만 생기발랄하던 연둣빛 함성은 일순간 음울한 잿빛으로 바래고 말았습니다. 채 피지도 못하고 꺾인 꽃들을 무력하게 지켜만 보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던 어느 시인의 글을 곱씹으면서 5월을 맞았습니다.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제목의 이 시는 사실 난해하기로 유명합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등 많은 언어가 동원됐고, 서구를 견인해온 선구적인 사상들의 편린이 시 곳곳에 등장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라는 게 평론가들의 설명이네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나름의 작은 해석을 보태볼까 합니다. 시는 기본적으로 1차 세계대전 직후의 정신적인 황폐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문을 보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표현돼 있습니다. 잔인한 건 4월뿐 아니라 모든 시간이라는 얘기지요. 하고 많은 시기 중에 왜 하필 초록이 샘솟는 4월을 콕 찝어 잔인하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풀리는 듯합니다.

‘모든 시간이 잔인하다’는 시인의 생각은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불가의 생각과 닿아 있는 듯하군요. 실제로 엘리엇은 이 시를 쓸 즈음 거의 불교도였다는 고백을 했다고 합니다. 봄의 탄생 속에서 죽음을 보고, 죽음 끝에서 삶이 시작된다는 불교적인 윤회사상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남다른 생각으로 이끈 것 아닐까요. ‘극과 극은 통한다’는 우리네 잠언과도 통하는 느낌이네요. 엘리엣이 찬란한 햇살과 신록 속에서 잔인함을 보았듯, 고통의 시간들은 다시 찬란함을 예비하는 것이라 위안해 봅니다.

잔인했던 4월을 물리고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매년 맞는 5월이지만 특별한 느낌이 드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되돌아보며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입니다.

이달 ‘베터라이프’가 우리 집 재테크 전략을 재점검해볼 것을 제안하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입니다. 달라진 재테크 기상도를 이해하고, 보유한 재산과 처지에 맞는 능동적인 해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백광엽 < 금융부 차장 >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