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의 소통론…"깜짝 금리조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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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총회서 '예측가능 통화정책' 강조
"금리조정 땐 2~3개월 전에 신호줄 것"
"금리조정 땐 2~3개월 전에 신호줄 것"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진 않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앞으로 ‘깜짝’ 금리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경기가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는 이상 금리인상이나 금리인하는 당분간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제17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국·중국·일본)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찾은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전에는 금리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깜짝 그런 것을(금리조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런 것은 없어야 한다”며 “소위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은 ‘엉뚱한 깜빡이를 켰다’는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 깜빡이 신호와 반대로 방향을 튼 차량 운전자처럼 한은도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여 혼란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예컨대 지난해 5월 금리인하는 동결을 강하게 시사했던 김중수 당시 총재의 입장과 너무 달라 ‘좌회전(금리동결) 신호 켜고 우회전(인하)했다’는 비아냥을 샀다.
이 총재가 전임 총재와 차별화에 나선 것은 이 지점이다. 중앙은행과 시장이 보는 것을 일치시키면 소통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경기가 생각보다 좋다’는 것은 시그널이므로 시장이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보는 경기흐름은 나쁘지 않다. 그는 “(올해) 성장률을 4%로 놓고 내년에도 그렇게 간다고 보면 지금의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방향 자체는 인하로 보기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내수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일부 견해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최근 이 총재가 경기회복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론이 한풀 꺾인 상태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동결을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한은의 금리정상화(인상)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변수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이다. 그는 “백화점·대형마트(매출), 고속도로 통행 등 몇 가지 데이터는 있지만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아 상반기까지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달 금통위에서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행진에 대해 “(통계체계 개편으로) 국제수지 흑자가 많이 늘어 걱정”이라며 “국제수지는 균형에 가까운 게 맞는(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급등해도 뾰족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게 요즘 한은의 고민이어서다. ‘안 그래도 수출이 잘되는데 원화값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린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때문이다.
박원식 한은 부총재 사임설에 대해서는 “임기는 원칙적으로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계에선 김 전 총재와 호흡을 맞춰온 박 부총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앞으로 ‘깜짝’ 금리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경기가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는 이상 금리인상이나 금리인하는 당분간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제17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국·중국·일본)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찾은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전에는 금리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깜짝 그런 것을(금리조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런 것은 없어야 한다”며 “소위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은 ‘엉뚱한 깜빡이를 켰다’는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 깜빡이 신호와 반대로 방향을 튼 차량 운전자처럼 한은도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여 혼란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예컨대 지난해 5월 금리인하는 동결을 강하게 시사했던 김중수 당시 총재의 입장과 너무 달라 ‘좌회전(금리동결) 신호 켜고 우회전(인하)했다’는 비아냥을 샀다.
이 총재가 전임 총재와 차별화에 나선 것은 이 지점이다. 중앙은행과 시장이 보는 것을 일치시키면 소통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경기가 생각보다 좋다’는 것은 시그널이므로 시장이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보는 경기흐름은 나쁘지 않다. 그는 “(올해) 성장률을 4%로 놓고 내년에도 그렇게 간다고 보면 지금의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방향 자체는 인하로 보기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내수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일부 견해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최근 이 총재가 경기회복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론이 한풀 꺾인 상태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동결을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한은의 금리정상화(인상)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변수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이다. 그는 “백화점·대형마트(매출), 고속도로 통행 등 몇 가지 데이터는 있지만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아 상반기까지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달 금통위에서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행진에 대해 “(통계체계 개편으로) 국제수지 흑자가 많이 늘어 걱정”이라며 “국제수지는 균형에 가까운 게 맞는(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급등해도 뾰족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게 요즘 한은의 고민이어서다. ‘안 그래도 수출이 잘되는데 원화값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린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때문이다.
박원식 한은 부총재 사임설에 대해서는 “임기는 원칙적으로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계에선 김 전 총재와 호흡을 맞춰온 박 부총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