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병원 간 鄭·金 > 정몽준(왼쪽 사진)·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서초구 시립어린이병원을 각각 방문해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어린이병원 간 鄭·金 > 정몽준(왼쪽 사진)·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서초구 시립어린이병원을 각각 방문해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또다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우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 경선(12일)을 1주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성공을 바라는 분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교체시킬 후보자는 저라며 제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고 또 저를 적극 돕고 있다”며 “그것은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지금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계신다”며 “우리가 대통령께 힘을 모아 드릴 수 있는 것은 6·4 지방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2일 정책토론회에서도 “박 대통령도 나의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전 총리의 경쟁 상대인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발끈했다. 정 의원은 4일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중앙당 공천위원회 등에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그런 발언은 법률적 문제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 법을 전담하는 기구들이 있는데 그런 기구에서 다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에게서 출마 권유를 받았다고 말씀했는데 이 말이 사실일 수 없다”며 “표를 얻겠다고 거짓말을 한 것인데 그냥 거짓말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케 하는 그런 중대한 거짓말을 한 것이니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자 김 전 총리 측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후보는 법적 조치니 대통령 탄핵이니 하는 상상할 수 없는 어휘들을 쏟아냈다”며 “여당의 시장후보로서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김 전 총리의 진심을 비난하는 후보는 박근혜 정부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당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후보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친박(친박근혜)을 외치거나 실제로는 친박이 아니면서 친박인 양 위장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박심 마케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정 의원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