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지난해 9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개장하면서 폭넓은 수출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 농산물 유통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꾼 안성물류센터는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반한 첨단 물류

안성물류센터는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물류센터로 부지 9만3227㎡, 건축 연면적 5만8140㎡로 축구장 3개를 합친 규모다. 집배송 시설과 자동화 소포장 시설, 잔류 농약과 미생물 등을 검사하는 식품안전센터, 창고 등의 시설을 모두 갖췄다. 운송관리시스템(TMS), 창고관리시스템(WMS) 등 물류정보시스템도 완비했다.

1층에는 농식품 집배송장이 갖춰져 있다. 100여대 차량을 수용하고,11t 차량까지 접안이 가능한 도크가 86개에 이른다. 2층에는 농산물 소포장센터와 전처리센터를, 3층에는 저온창고 등을 구비했다.

한국산 농식품 수입을 원하는 바이어들이 주목하는 것은 안성물류센터의 소포장·전처리 시설이다. 신선 상품이 이 시설을 거쳐 다양한 매출처에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포장센터에선 연 7300만팩(하루평균 20만팩), 전처리센터에선 1만7000t(하루평균 46t)의 상품 생산이 가능하다. 또 저온창고 시설을 갖추고 있어 판매장까지 신선한 상품을 안전하게 공급한다.

이 같은 시설을 통해 수출이 쉽지 않았던 소량 다품목 상품을 해외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소포장과 신선 농식품에 관심이 많은 일본 대형 유통업체 등이 안성물류센터 개장 직후 잇따라 방문하면서 농협의 수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로 식품 안전성에 민감해진 일본 바이어들이 수입에 적극적이다.

농협은 안성물류센터 개장에 힘입어 소포장 상품의 수출 비율을 현재 6%에서 15%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소포장 수출은 20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000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영철 농협 농산물도매분사장은 “소포장 상품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원물 농산물보다는 소포장 상품을 주로 소비하는 맞벌이 부부와 나홀로 가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지→소비자 유통단계 확 줄여

안성물류센터에서 연간 유통할 수 있는 농식품 규모는 107만t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 2조원어치다. 이런 규모의 경제는 유통구조 혁신으로 이어진다.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전통적인 농식품 유통경로가 대폭 줄어들어서다. 기존엔 ‘농민→산지유통인→도매법인→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7단계를 거쳐야 했다. 안성물류센터가 생기면서 유통 구조는 ‘농민→농협→물류센터→소매상→소비자’로 간소화됐다. 농협이 안성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출범시킨 인터넷쇼핑몰 ‘농협a마켓’을 이용하면 경로는 더 짧아진다. 산지농협은 생산과 마케팅을 병행하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농협은 그동안 물류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농산물도매사업을 농협 매장을 중심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성물류센터를 건립하면서 다양한 수요처에 공급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유통구조 개선으로 얻는 편익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생산자는 종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고,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안성물류센터를 통해 농산물을 출하하면 도매시장 등 기존 출하경로에 비해 농가 판매가격은 8.4% 오르고, 소비자 구입가격은 6.2% 떨어져 전체적으로 14.6%가량의 유통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으로는 유통비용 절감 효과가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추정한 안성물류센터의 사회적 편익 800억원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안 분사장은 “농가는 다수의 거래처로 배송하던 물량을 안성물류센터로 통합 입고할 수 있어 물류비 절감 효과도 볼 수 있고 마케팅 부담 역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농가 이익이 늘어날수록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진다”는 것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