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큰손' IT부품株 담는다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유통 음식료 의류 등 내수주에 집중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정보기술(IT) 부품주 등으로 넓히고 있다. 이들 투자사는 중소형주펀드와 가치주펀드를 주로 운용한다. 투자대상은 대부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이거나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이다.

○성장성 기대 큰 종목 ‘찜’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그랜져피크글로벌어드바이저스는 최근 코스닥 반도체 부품업체 ISC의 지분 49만9523주(6.44%)를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말 평균 1만5861원에 5만여주를 처음 사들였으며 이달 들어 44만여주를 1만7000원에 추가 매수했다.

이 자문사는 21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성장성이 뛰어난 글로벌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해 조선기자재업체인 하이록코리아를 5% 이상 사들이며 한국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ISC는 이 회사가 선택한 두 번째 한국 주식이다.

반도체 테스트용 소켓업체 ISC는 실적 성장세가 돋보이는 종목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10% 늘었다. 지난달 업계 2위인 일본 JMT사를 인수하면서 업계 1위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랜져피크글로벌어드바이저스는 하이록코리아의 보유 비중도 9개월 만에 6.5%로 늘렸다. 조선업체들의 플랜트 수주 증가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고영은 피델리티의 ‘러브콜’을 받았다. 피델리티펀드는 무상증자 신주 취득과 장내매수 등을 통해 고영 주식을 7.50%(67만1967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3차원 정밀측정검사(AOI) 장비 매출 증가로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큰손' IT부품株 담는다
○내수주 차익실현 잇달아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상당수는 주로 내수주에 장기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달 들어서도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가 2008년 이후 8년 만에 롯데제과 주식을 1만4169주 추가 매수해 보유 비중을 7.5%로 늘렸다.

신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장기 투자했던 내수주에 대한 차익실현도 이뤄지고 있다. 가치주펀드를 운용하는 트위디브라우니는 이달 들어 대구백화점(보유비중 6.21%→4.93%) 주식을 7년 만에 매도했고, 2012년 사들였던 삼천리(5%→3.89%)도 팔았다. 투자 기간 동안 대구백화점 주가는 약 3배, 삼천리 주가는 약 1.7배 뛰었다.

라자드(코웨이) 매슈스인터내셔날(메가스터디) 노르웨이중앙은행(아트라스BX) 등도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0개월 만에 보유 주식 중 일부를 처분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내수주들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저평가 매력이 많이 사라졌다”며 “내수주와 경기민감주의 주가수익비율(PER) 격차가 줄면서 주가 하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부품주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