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구미 전자재료사업장에서 직원들이 OLED 발광 소재인 인광그린호스트를 점검하고 있다. 제일모직 제공
제일모직 구미 전자재료사업장에서 직원들이 OLED 발광 소재인 인광그린호스트를 점검하고 있다. 제일모직 제공
제일모직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발광 소재를 2년여 동안 연구 끝에 자체 개발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오는 7월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회사 출범을 앞두고 삼성그룹의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개설한 연구개발(R&D) 센터인 삼성 전자소재연구단지를 거점으로 스마트폰, TV 등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2년 만에 첫 국산화 성공

제일모직은 OLED 발광층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인 ‘인광그린호스트’를 경북 구미의 전자재료사업장에서 연 5t 규모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OLED는 전류가 이동하는 공통층과 빛을 내는 발광층 등으로 구성된다. 인광그린호스트는 발광층에서 녹색 빛을 내는 핵심 소재로 지금까지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을 독점했다. 제일모직은 2012년 인광그린호스트 개발에 착수해 2년여 만에 독자 기술로 개발에 성공,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제일모직은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제일모직의 OLED 재료 사업 매출은 작년보다 약 340% 급증한 910억원으로 예상되며 시장 수요에 따라 1000억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인광그린호스트의 가세로 2분기 이후 OLED 사업의 수익성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OLED 소재(증착재료)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4700억원에서 연평균 30% 가까이 급성장해 2016년 8000억원, 2017년엔 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시너지 기대

삼성SDI가 7월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하면 두 회사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CRT(브라운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등을 거치면서 쌓아온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기술력과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노하우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회사의 디스플레이 부문 기술인력은 작년 말 삼성 전자소재연구단지로 옮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삼성SDI는 OLED를 개발한 회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OLED 사업에 투자하다 2009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분사했다. 이 회사와 삼성전자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가 합쳐진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다.

제일모직도 OLED 소재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1년 3월 구미사업장에 OLED 소재 양산 공장을 준공했고 첫 제품으로 전자수송층인 ETL 소재를 작년 4월 선보였다. 이어 10월에는 독일의 OLED 전문 업체인 노발레드를 3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OLED 소재 확대를 위한 사업 기반과 R&D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은 “독자 기술로 OLED 소재의 핵심인 발광층 재료 출하에 성공함으로써 고부가 소재 사업 역량을 한 차원 높이게 됐다”며 “향후 OLED 대형화에 대비해 글로벌 시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R&D 기반을 강화해 차세대 OLED 소재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