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을 참기 힘들었다. 동행한 지인뿐만 아니라 무용계에서 잔뼈 굵은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명작 발레 ‘백조의 호수’가 아닌가.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불가리아 소피아발레단의 내한 공연 이야기다.

홍보를 맡고 있는 공연기획사 브라보컴 관계자는 “불가리아는 세계 4대 발레 경연대회가 열리는 발레 선진국으로 젊은 에너지와 클래식 발레의 우아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대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뛸 의지가 없어 보이는 군무진. 칼군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군무진이 조화로운 동작은 보여줬어야 했다. 다수의 ‘백조’가 연기 대신 기계적으로 동작만 따라 하고 있었다.

1980년대 창고에서 갓 꺼낸듯한 의상과 휑한 무대세트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3막 왕궁 무도회에서 각 나라 공주들이 입고 있는 옷은 퀴퀴하고 낡아 보였다. 궁전을 나타내는 무대는 얇은 천으로 만든 기둥 몇 개와 깃발 8개가 전부였다. 내한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극장 무대는 너무 넓어 보였다. 각각 오데트와 지그프리트 역을 맡은 비안카 포타와 오비디우 이앙쿠는 텅 빈 무대를 채우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관객들은 160분간 한 번도 ‘브라보’를 외치지 않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