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진입 초기 약자였던 델 컴퓨터가 강자를 상대로 쓴 결정적인 방법은 빠른 서비스, 빠른 납품이었다. 사진은 뉴욕의 델 컴퓨터 매장 모습.
시장 진입 초기 약자였던 델 컴퓨터가 강자를 상대로 쓴 결정적인 방법은 빠른 서비스, 빠른 납품이었다. 사진은 뉴욕의 델 컴퓨터 매장 모습.
판매 경쟁에서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사의 시장 점유율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서 판매의 개념이나 방법 등을 달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 지역과 시장에서 자사의 지위가 강한지 약한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점유율 경쟁에서 전략의 기본은 ‘소(小)가 대(大)를 이긴다’는 약자 중심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란체스터 법칙도 약자의 전략이 포인트다. 약한 기업이란 점유율 경쟁에서 2위 이하의 기업을 말한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도 약자 기업에 속한다. 약자 기업이 취할 전략이란 뭘까. 그 기본은 ‘차별화’다.

강한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는 강자라는 점 자체다. 약자가 강자와 같은 전략이나 활동을 한다면 점유율의 차이를 줄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강자의 흉내를 내다가는 격차만 벌어진다.

란체스터법칙에서 차별화란 무기효율(E)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약자의 경우에는 제1법칙을 적용해 E를 올릴 수 있다. 병력(영업맨 수)이 적더라도 꼭 강자의 기업에 지지는 않는다. 약자는 항상 강자에 대한 차별화를 진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경쟁사와 비교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경쟁사에 비해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가 중요한 전략과제다.

# 약자의 전략적 포인트 6가지

란체스터 제1법칙에서 약자가 취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는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국지전에서 경쟁한다는 점이다. 영업활동을 전개할 때 적은 인원으로 넓은 지역의 거래처를 방문해 봐야 시간만 날리고 수주는 거의 하지 못한다. 영업지역의 중점주의에 입각해 영업 활동은 국지전으로 해야 한다.

국지전의 첫째 조건은 회사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먼 지역일수록 이동 시간을 낭비하고 다양한 경비 손실 증대, 경쟁자 증가로 그만큼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다. 따라서 자사에서 가까운 영업지역부터 영업력을 집중하면서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국지전에 이어 1 대 1 접근전을 전개해야 한다. 고객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가를 멀리서는 알기 힘들다. 가까이 다가가면 고객의 움직임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화장품 시장은 한정돼 있음에도 초기에 방문 판매라는 접근 방법으로 급성장한 메이커들이 있다. 고객과의 접근전, 접촉전에 성공한 경우다. 약자는 대상물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도록 경영 형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게릴라 전법을 활용, 치고 빠지기 선제공격이다. 경영에서의 선제공격은 먼저 손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강자가 나타나거나 신규 참가자가 너무 많아지면 서둘러 발을 빼야 한다. 좋다고 생각하면 즉각 실행해 본다. 그리고 좋지 않으면 재빨리 발을 빼면 그만이다. 이 같은 ‘실험적인 경영’을 되풀이해 가면서 좋은 상품의 육성과 승리의 노하우를 터득해 가는 것이 약자의 전략이다. 선제 공격의 다음 문제는 빠른 납기다. 대기업이 3일 걸리는 것을 2일 만에, 혹은 하루 만에 납품한다면 고객으로부터 환영받는다. 약자였던 델(DELL)이 강자 IBM을 상대로 쓴 결정적인 방법은 빠른 서비스, 빠른 납품이었다.

# 약자는 치고 빠지며 빠르게 움직여야

미국 TV제조업체 비지오의 가전 매장.
미국 TV제조업체 비지오의 가전 매장.
네 번째 전략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약자는 움직임이 느리면 안 된다. 재무상으로 자금의 고정화를 피해야 한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회사가 자사 빌딩을 세우면 얼마 가지 않아서 경영이 삐걱거리게 된다. 약자는 총자본 회전이 좋지 않은 업종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컬러텔레비전 제조업체 비지오가 한 예다. 미국 1위 업체지만 직원은 200여명 정도다. 미국 월마트는 세계 1위 유통업체인데도 아칸소주 밴튼빌에 검소한 본사를 두고 있다.

은폐와 엄폐를 잘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 포인트다. 게릴라처럼 은밀하게 행동하고 표면에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강자는 돈을 버는 방법, 이익이 많이 나는 상품이 개발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즉각 따라온다. 인적 자원, 자금력, 기술력을 이용해 단기간에 끼어들어서 가로채기해 버린다.

약자는 체제가 갖춰지고 체질이 강해질 때까지 표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 특히 신상품을 개발하게 되면 상품의 유통 경로가 확립될 때까지는 강자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은밀하게 행동해야 한다. 전통음료인 식혜를 처음 개발한 비락식혜가 그랬다.

마지막으로 약자는 기업 역량의 70%를 고객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란체스터 법칙에 의하면 양이 70, 질이 30의 비율이다. 경영에서 양이란 영업에 해당한다. 영업사원이 영업력을 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방문상담 건수에 70%를 할당하고, 영업 계획과 사전 준비를 포함한 영업 기술에 30%를 할당한다. 실적이 떨어지는 영업사원의 경우 70%가 방문상담 건수의 부족 때문이다. 세계적인 영업왕의 성공사례 요인 중 공통점은 양적인 면인 방문, 상담, 커뮤니케이션 빈도수가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다.

이상윤 < 한국세일즈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