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보다 속도 느린데 굳이…"
2013년 가입자 100만명 붕괴 후 月 평균 1만명 이상 해지
KT·SKT, 적자 감수하며 운영…주파수 전환도 쉽지않아 '속앓이'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4년. 차세대 휴대인터넷으로 각광받던 이 기술은 4세대 이동통신 LTE에 밀려 이용자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라는 결정타까지 맞았다. 적자만 내는 ‘계륵’ 사업 와이브로 때문에 통신사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파르게 줄어드는 가입자
“굳이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으실 듯하네요. 고객님처럼 해지를 원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23일 서울시내 한 대리점에 와이브로 서비스 해지 문의를 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지난 2일 통신 3사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동시에 발표한 뒤 와이브로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KT의 와이브로 단말기 ‘에그’ 약정이 끝나 해지했다는 한 소비자는 “웬만한 영상은 스마트폰을 통해 LTE 속도로 다 본다”며 “LTE보다 느린 와이브로를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데 와이브로 단말기 약정이 남아 있어 대여한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2012년 104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100만 가입자 선이 붕괴되기 시작한 작년 10월 무렵부터는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한 달 평균 1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무더기로 와이브로를 떠나는 추세다.
이동통신사는 고민이다. 와이브로 부문은 매년 적자다. 그렇다고 이용자들이 남아 있는 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KT는 2018년까지 와이브로 사업의 누적적자가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적자투성이 ‘계륵’ 사업
와이브로는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도해 개발한 휴대인터넷 기술이다. 정부는 순수 토종 기술인 와이브로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하지만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LTE였다.
와이브로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던 정부는 지난해 10월 뒤늦게 와이브로 대책을 내놓았다. 와이브로용으로 지정한 2.5㎓ 대역 40㎒ 폭 주파수에 대해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시분할 LTE(LTE-TDD) 방식 중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9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한꺼번에 해지하도록 유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통신사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책 없는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불허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이용자의 집단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장비 업체의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해외 사업자들은 속속 와이브로 종료를 공지하고 있다.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는 지난 7일 LTE보다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내년 말 와이브로 서비스를 끝낸다고 발표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