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방출 많은 제품은 환자 고려해 생산 중단
문창호 리스템 회장은 “사용자인 의사의 요구에 맞춰 엑스레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장을 자동화하지 못하고 직원들이 일일이 손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업 이어 경영
리스템은 1960년 대전에서 문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자인 고 문명화 회장이 세운 ‘동아엑스선공업사’가 모태다. 문 창업 회장은 미군이 버린 고물 엑스레이 장비를 수리해 판매하다 회사를 세웠다.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문창호 회장은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 일본 업체에 밀려 제품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회사를 외면할 수 없던 문 회장은 1979년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1990년까지 매출 100억원 회사로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연구개발(R&D)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회사는 2년 뒤 매출 98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문 회장은 1995년 대표에 올랐고, 현재 회사는 그보다 세 배 커졌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독려
리스템 직원들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회사 분위기를 성장 요인으로 꼽는다. 엑스레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 GE헬스케어 지멘스 도시바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리스템의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다. 누가 더 싸고, 의사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엑스레이 장비를 만들 수 있는지가 경쟁의 포인트다.
리스템 연구원들은 고객인 의사들이 갖고 있는 불만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이 엑스레이 장비의 필름 역할을 하는 디텍터가 비싸다는 것이었다. 개인병원이 엑스레이 장비 구입을 주저하는 이유였다. 연구원들은 몇 달간의 연구 끝에 디텍터 한 개로 여러 부위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제품이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DR’이다. ‘스마트DR’은 현재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리스템은 현재 미국 러시아 등 50여개국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기계
의료기기 후진국인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문 회장은 “의료기기 분야는 사람을 위한 산업이다. 사람을 연구한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쌓였다”고 말했다. 리스템이 7년 전부터 방사선 방출량이 많은 저사양 엑스레이 장비 생산을 중단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떨어졌다. 하지만 문 회장은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면서 팔 수는 없다며 판매를 중단했다.
원주=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