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면서도 빚은 더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대기업(금융회사 제외) 1100곳의 재무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9~2013년 기업은 평균 1달러씩 벌어들일 때마다 부채를 3.67달러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100개 기업의 작년 말 현재 현금보유액은 총 1조2300억달러로 3년 동안 2040억달러 증가했다. 이 기간 중 부채는 7480억달러 늘어나 총부채 규모는 4조달러를 기록했다.

기업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사용했다. 기업이 넉넉한 현금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고 있는 것은 상당액의 현금이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미국 기업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국내로 가져올 경우 최대 35%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앤드루 창 S&P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35%의 세금을 떼이면서 해외보유 현금을 사용하는 것보다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보유현금이 1600억달러에 이르는 애플은 지난해 170억달러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채권을 발행하면서 지급한 금리는 3년 만기 채권이 연 0.51%, 30년 만기가 연 3.88%였다. 창 애널리스트는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해외 현금은 그대로 두고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계속 조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낡은 세법이 기업의 국내 투자와 고용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세제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개혁 방법론에서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