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동에 있는 벤처기업 이노아이오의 이동호 사장(왼쪽 두번째)과 직원들이 지난 11일 본사 사무실에서 초소형 프로젝터인 ‘스마트빔’을 들어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된 스마트빔은 1년6개월 만에 7만대가 팔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가산동에 있는 벤처기업 이노아이오의 이동호 사장(왼쪽 두번째)과 직원들이 지난 11일 본사 사무실에서 초소형 프로젝터인 ‘스마트빔’을 들어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된 스마트빔은 1년6개월 만에 7만대가 팔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2012년 2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벤처기업 이노아이오의 이동호 사장은 한 변의 길이가 4.5㎝인 정육면체 모양의 물건을 배종필 SK텔레콤 부장에게 내보였다. 두꺼운 하얀색 종이를 접어 만든 물체였다. “SK텔레콤이 도와주면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3분의 1로 줄인 피코 프로젝터를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신사업추진단 소속인 배 부장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누구나 쓸 수 있는 피코 프로젝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시 교육용 프로젝터 제품을 기획 중이던 SK텔레콤은 계획을 전면 수정해 이노아이오와 한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화 등을 50인치 화면으로 크게 보려는 20~30대의 구매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노아이오는 그해 9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빔 프로젝터인 ‘스마트빔’을 만들어냈다.

당시만 해도 휴대용 빔 프로젝터인 피코 프로젝터는 어른 손바닥 크기 정도여서 휴대성이 떨어졌고 주로 교육용으로만 쓰였다. 이노아이오와 SK텔레콤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 수만 있다면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봤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출시 1년6개월 만에 7만대가 팔리는 대박을 친 것. 2009년 12월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이노아이오는 지난해 1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도 40명으로 늘어났다. 기술지원 대가로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 SK텔레콤은 휴대폰 액세서리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초소형 프로젝터 공동 개발

사장이 SK텔레콤의 문을 두드리던 2012년 초 이노아이오는 위기에 내몰려 있었다. 12만대의 교육용 피코 프로젝터를 구매하던 웅진씽크빅에서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통보해왔다. 단가 인하가 이유였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SK텔레콤과 협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형 스마트빔을 개발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엇보다 큰 장벽은 시중에 출시된 스마트폰으로 일일이 작동 여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노아이오 능력만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중에 팔리는 스마트폰을 일일이 수집하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아서였다. SK텔레콤은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T오픈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통신 기자재, 연구개발 장비 등을 갖춘 이곳에서 이노아이오는 SK텔레콤을 통해 나온 110여종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능 시험을 할 수 있었다.

전파 방해로 인한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SK텔레콤의 도움을 받았다.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다 이동통신망(LTE)을 이용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SK텔레콤의 통신설비를 이용해 개선점을 찾아냈다. 스마트빔이 스마트폰에 담긴 데이터를 받기 위해서는 ‘모바일 고화질 링크(MHL)’라는 무선 전송표준을 따라야 하는데 스마트폰 기종마다 조금씩 연동 방식이 달라 생기는 오류도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대 바로잡았다. 이 사장은 “통신기술 노하우가 풍부한 SK텔레콤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스마트빔이 실용화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판매 역할 분담효과 ‘톡톡’

제품을 개발했지만 마케팅에서 다시 벽에 부딪쳤다. 이노아이오는 교육업체 대교와 손잡고 1만8000여명의 방문교사를 통해 마케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왜 이걸 팔아야 하느냐”는 방문교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때 SK텔레콤이 해결사로 나섰다. 국내외 판로를 모두 SK텔레콤에서 맡기로 한 것.

SK텔레콤 직원들은 홈쇼핑 대형마트 전자제품점 항공사 등을 직접 찾아나섰다. 그러다 캠핑 전시장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간편하게 들고다니며 사진·영상을 투사할 수 있다는 점이 캠핑족 사이에서 주목을 끌면서 사흘 동안 200여대가 팔렸다. 이것을 계기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홈쇼핑방송에선 1시간 만에 1500대가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 코스트코 같은 대형할인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SK텔레콤은 해외 판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브라질과 일본에 최근 각각 2만대의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에서도 내년 1월 말까지 1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과거에는 제품 생산 외에도 시장조사, 유통, 홍보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신제품 개발에 부담이 컸다”며 “SK텔레콤과의 협업 덕분에 제품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