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꼼꼼한 저축은행 예금 분산이 화제를 모았다. 조 수석은 보유한 예금 4억5953만원의 66%인 3억500만원을 저축은행 7곳에 4500만원 정도씩 나눠 예치하고 있었다. 그의 부인도 저축은행 8곳에 4억원 이상의 돈을 맡긴 상태다. 부부 합산으로 7억원이 넘는 큰돈을 저축은행에 넣은 것이다. 조 수석의 사례는 저금리가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저축은행 예금이 주목받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3%대 금리 주는 저축은행…한은총재·경제수석도 '고객'

○경제수석과 한은총재는 저축은행 ‘큰손’

3%대 금리 주는 저축은행…한은총재·경제수석도 '고객'
조 수석뿐만이 아니다.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 때 저축은행 애용자임이 밝혀졌다. 그는 7개 저축은행에 자신과 배우자 이름으로 예금통장 8개를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총 3억5530만원의 예금을 계좌당 4441만원씩 분산해 예치했다.

이 같은 저축은행의 인기는 여전히 3%대 이자를 주는 곳이 있는 데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안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저축은행 예금도 저금리를 피하지 못해 대거 연 2%대에 진입했다.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1일 기준 연 2.82%다. 그래도 시중은행 평균금리 연 2.63%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인 고금리를 이용함과 동시에 저축은행 한 곳당 5000만원 미만씩 예금을 나눠 예치하는 방식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저축은행에 넣어둔 돈도 은행예금처럼 파산과 같은 유사시에 정부가 5000만원까지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조 수석과 이 총재가 저축은행 한 곳당 평균 4920만원과 4441만원씩 예금한 이유다.

○연 3%대 이자 주는 예금 아직 많아

저축은행 예금의 평균금리가 연 2%대로 떨어졌다지만 꼼꼼히 찾아보면 3%를 웃도는 상품도 적지 않다. 연 3% 이상의 이자를 주는 곳이 전체 93개 저축은행의 18%인 17곳이다. 조흥저축은행(경남)과 대원저축은행(경북)이 연 3.16%로 가장 높다. 참저축은행(3.06%), 안국·SBI3·신안·골든브릿지저축은행(3%)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저축은행 사태로 발길을 돌린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높은 이자를 앞세워 특판행사를 하는 곳도 있다.

고금리 매력이 재차 부각되면서 5000만원 이상의 거액 예금이 유입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010년 말 14만946명이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3년 말 1만9831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 1월 한 달 동안 226명이 늘어나며 2만57명이 됐다. 저축은행사태 이후 첫 상승 반전이다.

정찬영 친애저축은행 경영전략부장은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0.1%포인트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5000만원 초과 예금자가 상승 반전한 건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반겼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