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한데 묶어 포스코에 팔려는 채권단 측에 경쟁입찰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부메탈 매각 시기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8일 금융권과 금융감독당국, 동부그룹 등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최근 채권단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을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자고 제안했다. 인천공장과 당진발전 모두 인수 희망자가 있으니 포스코와 수의계약을 맺기에 앞서 원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해보자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을 저가에 매각하면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같이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과 금융권은 동부그룹의 경쟁입찰 제안을 거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임 문제는 없으며 동부그룹 주장대로 인수자가 실제로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자칫 매각 작업만 더뎌지고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부그룹은 또 5000억원 상당의 추가 자산을 내놓겠다며 동부메탈 매각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등 계열사들이 동부메탈 주식을 맡기고 2000억원 이상을 빌렸는데, 당시 2만4000원이던 주가(장외거래가격 기준)가 최근 7700원대까지 떨어져 지금 매각할 경우 주가 하락으로 추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2~3년은 팔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 동부팜한농 울산 비료공장의 여유 용지(약 62만㎡·19만평 상당)와 동부메탈 대전기술원 등 5000억원대 규모의 자산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메탈 매각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사정이 어렵다면 김준기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 추가 매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