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말단부터 경영진까지 '아이디어 배틀'…자율성 넘쳐야 참신한 서비스 나온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은 본사를 서울 성수동 예림출판문화센터에 두고 있다. 여느 사무실과 달리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자리에 앉은 채로 상사에게 큰 목소리로 보고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마치 언쟁을 벌이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한 이는 다름 아닌 함철호 사장(62·사진). 함 사장은 “항공업 종사자들은 분야별로 개성이 아주 강해서 그걸 존중해 줘야 해요. 직원들 사이에 논쟁이 잦아 때론 사이가 안 좋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 매우 끈끈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말단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자발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장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중앙고와 서울대 지질학과를 나온 함 사장은 30년 넘게 대한항공에서 일하며 항공업계 종사자들 특유의 고집과 근성을 지켜봤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지시하기보다는 실무 직원부터 아래에서 위로 의견이 올라오는 방식(bottom-up)을 선호한다. “항공산업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 있게 일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회사는 ‘강요하는 공간’이 아니라 ‘독려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사실 함 사장은 2011년 9월 티웨이항공 사장을 맡았을 때 적잖이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당장 적자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고, 실적 부진으로 인해 대주주가 5~6년 새 몇 차례나 바뀐 불명예스런 과거와의 단절도 절박했다. 티웨이항공은 2005년 국내 최초의 LCC로 취항했다가 3년 만에 문을 닫았던 한성항공 후신으로 2010년 신보종합투자가 회사를 인수해 티웨이항공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이후 토마토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가 2012년 12월 출판사 예림당이 최대주주가 됐다.

함 사장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직원들만이 회사를 바꿀 수 있다고 봤고, 그래서 더더욱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을 장려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지난해 흑자 전환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매출 1668억원에 영업이익 36억원을 거뒀다. 함 사장은 “김포~제주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90%를 웃돌았고, 대만 타이베이와 일본 사가 노선도 좋았다”며 “기존 LCC들이 취항하지 않는 틈새 노선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함 사장은 티웨이항공의 변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비행기가 10대도 안 되는 LCC가 어떻게 새 역사를 쓰며 커 가는지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보잉의 중소형기 B737-800 7대를 보유 중인 티웨이항공은 최근 대구~제주 노선과 인천~중국 지난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올해는 24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잡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