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의 작품 활동 60년을 회고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해 오는 7월6일까지 계속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 두 번째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195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그의 대표작 200여점을 네 시기로 나눠 보여준다.
1부 ‘인간(1958~1965)’에서는 ‘이브’에서 보듯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2부 ‘뿌리(1965~1977)’에서는 서구 조각전통을 이은 인체조각에 대한 회의의 과정과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근대적인 형상을 지향하되 동양적 전통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한자의 서체를 형상화한 ‘천·지·현·황(天地玄黃)’ 시리즈로 구체화됐다. 3부 ‘생명(1975~1989)’에서는 우주나 자연의 이치라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본질 탐색에서 벗어나 그것을 인간적인 차원으로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꿈틀대는 동물의 장기를 연상시키는 ‘태(胎)’ 연작과 생명 에너지를 형상화한 ‘맥(脈)’ 연작은 그런 노력의 결과다.
4부 ‘비움(1987~2014)’에서는 10여년간 ‘태’ 연작에 몰두했던 작가가 다시 본질의 세계로 돌아와 ‘점’과 ‘O’ 연작에 매진했던 시기의 작품을 보여준다. “점은 형태가 탄생하는 순간으로 모든 것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보는 작가는 “화선지에 붓으로 점을 찍으면서 점과 선, 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차원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O’라는 제목은 개념이 형태를 규정짓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본질에 귀의하려는 최만린 예술의 대단원을 상징한다. (02)2188-60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