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브라질채권, 손실 눈덩이
브라질 채권 투자가 엎친데 덮친 격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신용등급 강등 충격파를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더 커졌다. 국내 증권사 중 브라질 채권을 가장 많이 판 삼성증권은 지난 1일부터 브라질 채권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비틀거리는 삼바채권

지난달 25일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내린 게 발단이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해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연 10.75%에서 11%로 올렸고 국채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상폭만큼 평가손실을 입었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요동치는 점도 불안요소다. 3년 전 헤알당 700원 선이었던 원·헤알 환율은 현재 460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국내에서 판매된 브라질 채권은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회피 방법)가 돼 있지 않다.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브라질 채권은 201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절세 상품’이었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 체결로 10년 이상 장기 국채 투자수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2012~2013년 브라질 국채 판매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 성적표는 초라하다. 브라질 정부가 잇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10월 브라질 채권 1억원어치를 산 투자자들이 입은 평가손실은 10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발 빼는 삼성증권

국내에서 브라질 채권을 가장 많이 판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작년 830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삼성증권은 시장에서 잠정 철수했다. 투자등급이 ‘BBB’에 못 미치는 채권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규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채권 판매 중단이 다른 증권사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신규 고객은 일시적으로 받지 않기로 했다”며 “판매 중단 조치는 상황이 나아지면 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흥국 국채를 산 투자자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도 국채는 만기가 1년으로 짧고 이자가 연 6~7%대로 높아 지난해 상반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지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 지난해 3월 달러당 54루피였던 환율이 60루피 수준까지 떨어졌다.

터키 국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1월 기준 금리를 기존 4.5%에서 10%로 급격히 올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 신규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앞으로 한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월드컵과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 재정이 고갈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규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