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기사식당.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일과에 나선 개인택시 기사 양재형 씨(62)는 LF쏘나타 택시가 나오면 구매할 생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9년간 르노삼성 SM5 택시를 운행해온 그는 올 연말 택시를 바꿀 계획이다. 예전 SM5는 최신형 모델에 비해 연료 소모가 많고 부품값이 비싸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게 이유였다.
하루 평균 200~250㎞를 주행하는 양씨는 LPG 주유소에 들러 매일 4만~5만 원 어치 가스를 충전한다. 그는 "시내에서 ℓ당 5㎞ 정도 연비가 나오는데 ℓ당 8㎞ 이상 나오면 한달 유지비만 20만 원 정도 아낄 수 있다" 며 "연비를 따져보고 새 택시를 장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올해 19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박모씨(60)는 5년 전 NF쏘나타를 구입했다. 그는 "영업용 택시는 경제성이 중요하다" 며 "요즘 개인택시 기사들은 성능보단 연비 좋은 택시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택시 기사들의 연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경닷컴>은 강남 일대에서 만난 20여명의 개인택시 기사를 상대로 설문을 받았다. LF쏘나타 택시가 나오면 바라는 점을 ▲가격 ▲성능 ▲연비 3가지 항목으로 나눴다. 설문을 취합해 본 결과 대부분은 가격과 성능보단 연비를 우선 순위로 꼽았다.
현대차가 밝힌 LF쏘나타 LPi 모델의 연비는 9.6㎞/ℓ로 YF쏘나타(9.3㎞/ℓ)보다 소폭 개선됐다. 쏘나타 2.0 가솔린은 12.1㎞/ℓ.
LF쏘나타 택시는 곧바로 출시되진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일반인에게 충분히 판매한 뒤 택시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현대차는 그동안 YF쏘나타와 함께 팔아온 구형 NF쏘나타 택시를 LF쏘나타가 출시된 이후 생산을 중단하고 재고 소진에 나섰다.
지난 2월부터 정부가 국내 모든 택시에 동승석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안전법규를 강화하면서 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NF쏘나타는 더 이상 생산이 어렵게 됐다. 다만 6개월 간 유예기관을 둬 NF쏘나타 재고분은 올 8월 이내 모두 처분할 예정이다.
LF쏘나타 택시는 이르면 올 하반기, 늦으면 내년부터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LF쏘나타도 추후 택시로 나올 예정인데, 출시 시기는 아직 확정된 게 없고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은 법인택시 2만1000대(전국 9만 대), 개인택시는 5만 대(전국 16만5000대) 운행중이다. 법인 및 개인택시 시장점유율은 YF쏘나타, NF쏘나타, K5, SM5 순이다.
택시조합 측은 시내 주행이 많은 택시 기사들이 갈수록 연비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택시조합 관계자는 "법인 기준으로 1년 전 택시 만족도 조사에선 높은 가격이 불만이었고 구매 조건으로 연비와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며 "올 하반기 실시될 만족도 조사에선 연비가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