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뒤 글로벌은행들이 미국에서 소송 합의금과 벌금 등 법률 비용에만 수천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자체분석결과 대형은행들이 2007년 이후 법률비용으로 거의 1000억달러(약 107조원)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월가의 미국은행과 외국계 은행들이 미국 당국에 낸 법률비용은 995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크레딧트스위스 등의 비미국은행이 지급한 벌금은 155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생한 법률비용은 520억 달러로 미국 6대 은행(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이 벌어들인 760억달러의 수익의 68%에 달했다.

오바마 정부는 금융위기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대형금융기관들의 처벌에 실패했다는 의회와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2012년 이후 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막대한 크기의 벌금을 부과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낫 아드마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벌금은 하나의 비용일 뿐”이라며 “은행 종사자들에겐 개인적 인센티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벌금이) 개개인의 행동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토니 블래토 해밀턴플레이스스트래티지스 연구원은 “벌금의 크기가 과거의 어떤 제재보다 크다”며 “은행권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은행들이 내야 할 벌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구성한 은행 조사 특별 태스크포스가 계속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Fed)은 지난주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잘못된 영업 관행으로 치러야 할 법률비용이 최대 1510억달러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