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SW) 업계의 불공정거래 행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 표준 하도급 계약서도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전 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특정 산업을 상대로 조사와 규제업무를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할 불공정 조사, 산업부도 나서 '중복 논란'
산업부는 오는 4월부터 3개월간 500여개 국내 임베디드 SW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임베디드 SW 협회, 전문 조사기관과 함께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기업들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것. 조사결과를 토대로 필요 시 표준 하도급 계약서와 소프트웨어 가치산정 기준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항공기 등에 처음부터 내장돼 판매되기 때문에 가격 선정 과정이 일반 소프트웨어보다 복잡한 분야”라며 “표준 하도급 계약서도 없는 등 감시·감독으로부터 소외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 진흥부처인 산업부가 불공정거래 조사를 느닷없이 들고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산업부가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인 임베디드 SW 기업에 하청을 줄 때 거래 관행이 합리적인지, 제품 가격 산정은 적정한지, 대기업의 핵심인력 빼가기 행태는 없는지 등이다. 산업발전법 제15조에 실태조사에 대한 근거조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 및 규제 업무는 공정위 소관이다. 더욱이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하드웨어와 결합한 소프트웨어 시장의 불공정행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산업부가 범정부 차원의 규제완화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오히려 철 지난 ‘경제민주화 코드’에 매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embedded software. 자동차, 항공기 등에 설치돼 기기를 작동·제어하는 내장형 프로그램.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도록 해당 기기에 기본 탑재돼 있다는 점이 일반 소프트웨어와 다르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