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돈으로 주류株, 차 살 돈으로 자동차株, 밥 먹듯 꾸준히 주식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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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정석 (3)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증권사 관심 안두는 소형주에도 주목해야
시장 흐름에 신경쓰지 말고 경영진 도덕성·지배 구조 봐야 '될 성 부른' 종목 보인다
증권사 관심 안두는 소형주에도 주목해야
시장 흐름에 신경쓰지 말고 경영진 도덕성·지배 구조 봐야 '될 성 부른' 종목 보인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56·사진)가 2012년 펴낸 책 ‘왜 주식인가’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월급쟁이나 소규모 자영업자가 부자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주식에 장기 투자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지난 14일 서울 북촌의 사무실에서 만난 리 대표에게 “주식 투자를 하면 정말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단,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주식을 아무 때나 사고파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여기고 있어요. 주식을 사는 건 그 회사의 평생 동반자가 되는 행위란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장기 투자는 개인투자자에게 ‘손절매’(손실 난 주식 매도)만큼이나 어려운 얘기다. 리 대표는 딱 세 가지 경우에만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했다. △초기 판단 오류를 인정할 때 △주식가치가 갑자기 두세 배 불어났을 때 △급전이 필요할 때다. “이런 이유만 아니라면 수십 년 묻어두거나 아예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단기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람은 자신을 신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거짓말쟁이”라며 “어차피 주식을 매수하는 최선의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면 좋은 종목을 장기간 보유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장기 투자가 모두 성공할 순 없는 법이다. 결국 ‘좋은 회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펀드 매니저들은 보통 ‘톱다운’(top-down·거시경제 흐름을 본 뒤 업종 및 기업으로 좁혀가는 방식)과 보텀업(bottom-up·철저한 개별종목 분석) 접근법을 동시에 쓴다. 리 대표는 “시장의 흐름은 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개별기업 주가가 수익률을 좌우하는 만큼 보텀업 방식만 쓰라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리려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종목을 일찍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가총액이 작아 증권사들이 잘 다루지 않는 기업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귀띔했다. 이어 “경영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며 “경영진의 도덕성과 기업 지배구조만 잘 살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리 대표는 “요즘 가치투자가 유행하지만 굳이 가치주냐 성장주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며 “자신이 최고 전문가가 아니란 사실을 직시하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건 적립식 투자다. “밥 먹듯 주식을 조금씩 사라”는 것이다. 리 대표는 “후배들에게 술 마실 돈 있으면 주류회사 주식을 사고 차 사는 대신 자동차주에 투자하라고 권한다”며 “복권을 구입하면 1주일치 희망을 갖지만 주식을 사놓으면 그 희망이 평생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개 종목을 꼬집어 고르기 어렵다면 좋은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리 대표는 “펀드를 고를 땐 그 펀드의 운용역이 장기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 수수료가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연 2~3%의 운용·판매보수가 장기 수익률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주가가 폭락해 시장이 공포에 떨 때 외로운 매수자가 되면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런 용기를 가지려면 평소 주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존 리 대표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KPMG(옛 피트마윅)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미 월가에선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를 10년 넘게 운용했다.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만들었다. 스커더·라자드 등을 거쳐 올초부터 메리츠운용을 이끌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지난 14일 서울 북촌의 사무실에서 만난 리 대표에게 “주식 투자를 하면 정말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단,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주식을 아무 때나 사고파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여기고 있어요. 주식을 사는 건 그 회사의 평생 동반자가 되는 행위란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장기 투자는 개인투자자에게 ‘손절매’(손실 난 주식 매도)만큼이나 어려운 얘기다. 리 대표는 딱 세 가지 경우에만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했다. △초기 판단 오류를 인정할 때 △주식가치가 갑자기 두세 배 불어났을 때 △급전이 필요할 때다. “이런 이유만 아니라면 수십 년 묻어두거나 아예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단기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람은 자신을 신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거짓말쟁이”라며 “어차피 주식을 매수하는 최선의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면 좋은 종목을 장기간 보유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장기 투자가 모두 성공할 순 없는 법이다. 결국 ‘좋은 회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펀드 매니저들은 보통 ‘톱다운’(top-down·거시경제 흐름을 본 뒤 업종 및 기업으로 좁혀가는 방식)과 보텀업(bottom-up·철저한 개별종목 분석) 접근법을 동시에 쓴다. 리 대표는 “시장의 흐름은 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개별기업 주가가 수익률을 좌우하는 만큼 보텀업 방식만 쓰라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리려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종목을 일찍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가총액이 작아 증권사들이 잘 다루지 않는 기업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귀띔했다. 이어 “경영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며 “경영진의 도덕성과 기업 지배구조만 잘 살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리 대표는 “요즘 가치투자가 유행하지만 굳이 가치주냐 성장주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며 “자신이 최고 전문가가 아니란 사실을 직시하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건 적립식 투자다. “밥 먹듯 주식을 조금씩 사라”는 것이다. 리 대표는 “후배들에게 술 마실 돈 있으면 주류회사 주식을 사고 차 사는 대신 자동차주에 투자하라고 권한다”며 “복권을 구입하면 1주일치 희망을 갖지만 주식을 사놓으면 그 희망이 평생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개 종목을 꼬집어 고르기 어렵다면 좋은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리 대표는 “펀드를 고를 땐 그 펀드의 운용역이 장기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 수수료가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연 2~3%의 운용·판매보수가 장기 수익률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주가가 폭락해 시장이 공포에 떨 때 외로운 매수자가 되면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런 용기를 가지려면 평소 주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존 리 대표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KPMG(옛 피트마윅)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미 월가에선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를 10년 넘게 운용했다.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만들었다. 스커더·라자드 등을 거쳐 올초부터 메리츠운용을 이끌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