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아 이선희 이소라 김추자 이은미 등 1970~1990년대 음악계를 이끌었던 여성 가수들이 잇따라 복귀하고 있다. ‘디바’의 컴백이 지난해 4월 19집을 들고 돌아왔던 ‘가왕(歌王)’ 조용필과 같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 관심사다.

이선희(왼쪽부터), 이은미, 김추자
이선희(왼쪽부터), 이은미, 김추자
○이선희 이소라 이은미 등 잇단 복귀


가장 주목받는 가수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작은 거인’ 이선희다.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차지하며 데뷔한 이선희는 지금까지 ‘아름다운 강산’ ‘아 옛날이여’ ‘인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았다. 오는 25일 정규 15집 ‘세렌디피티’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9년 ‘사랑아…’ 이후 5년 만에 내는 앨범이다. 수록곡 11개 중 9곡은 작곡, 7곡은 작사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색깔을 담았다.

이단옆차기, 박근태, 미스케이, 에피톤 프로젝트 등 젊은 작곡가들도 앨범 제작에 힘을 보탰다. 외국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조용필의 행보와 닮은꼴이다. 오는 2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리는 쇼케이스에는 이승기, 윤도현, 임정희, 거미, 타카피 등이 찬조 출연한다. 이 역시 박정현, 자우림, 국카스텐 등 후배 가수들이 참여했던 조용필 쇼케이스와 비슷하다.

이소라
이소라
1991년 ‘난 행복해’로 데뷔한 한국의 대표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소라도 내달 8일 정규 8집 ‘8’을 내놓는다. 녹음과 후반 작업 기간만 3년이 걸렸고 미국과 영국에서 2번의 믹싱과 3번의 마스터링을 거치는 등 공을 들였다. 8개의 수록곡 모두 이소라가 직접 작사했다. 정지찬, 김민규, 이한철, 정준일 등이 작곡에 참여했다.

‘늦기 전에’ ‘커피 한잔’ 등으로 197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원조 디바’ 김추자도 33년 만에 복귀 소식을 알려왔다. 내달 새 음반을 내고 오는 5월16~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새 음반에는 신곡을 주축으로 과거 발표했지만 히트하지 않은 곡을 재편곡해 수록한다. 김추자를 데뷔시키고 스타덤에 올려놓은 신중현이 작곡한 미발표 신곡도 포함된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도 조만간 새 앨범을 들고 나온다. 혜은이, 계은숙 등도 신곡과 공연으로 팬들과 재회한다.

○“새 세대와 호흡하는 변화 필요”


지난해 조용필을 시작으로 신승훈, 들국화 등이 연이어 복귀하며 긍정적 결과를 거둔 것도 이들의 복귀에 힘을 보탰다. 조용필은 침체된 음반시장에서 30만장 가까운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조용필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KBS 2TV ‘불후의 명곡’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옛 가수들의 명곡이 재조명되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10~20대 위주의 시장이 40~50대까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론가 강태규 씨는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콘텐츠”라며 “조용필이 젊은 층과 호흡했듯이 얼마나 음악적 변화를 보이는가에 따라 기존 팬덤은 물론 다른 세대로 팬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