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여는 노부스 콰르텟. 이승원(왼쪽부터·비올라), 김재영(바이올린), 김영욱(바이올린), 문웅휘(첼로). MOC프로덕션 제공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여는 노부스 콰르텟. 이승원(왼쪽부터·비올라), 김재영(바이올린), 김영욱(바이올린), 문웅휘(첼로). MOC프로덕션 제공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드보르자크 등 위대한 작곡가들은 모두 말년에 현악사중주곡을 썼다. 이 형식을 확립한 하이든 이후 현악사중주곡은 작곡가의 기량을 제대로 시험할 수 있는 곡으로 여겨졌다.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 각각 한 대로 구성돼 제한된 악기로 최대한의 표현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주하기도 까다롭다.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의 경우 곡 자체 난이도도 상당하다. 게다가 오롯이 혼자 곡을 연주하는 독주곡이나 지휘자를 따라가는 관현악곡과 달리 네 명의 일치된 호흡이 필수다. 독주 중심인 클래식계에 ‘실내악 팀은 결성한 뒤 3년을 못 넘긴다’는 통설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노부스 콰르텟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김재영(29·바이올린) 문웅휘(26·첼로) 김영욱(25·바이올린) 이승원(24·비올라)이 2007년 팀을 만든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 대표 현악사중주단으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지난달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달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 짐멘아우어와 전속으로 계약했다. 하겐 콰르텟, 벨치아 콰르텟 등 세계적 현악사중주단과 한솥밥을 먹게 된 셈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년 만에 정기 연주회를 연다. 최근 서울 방배동의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풍성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을 현악사중주의 매력으로 꼽았다.

“오케스트라만큼 많은 소리를 넣을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 않은 표현력을 갖고 있어요. 악기 하나하나의 섬세한 표현도 살릴 수 있죠.”(김재영)

이들이 이번에 들려줄 곡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12번과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5번이다. 두 곡 모두 작곡가들이 만년에 만든 대작이다.

“넷 다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를 좋아하는데 곡의 구성이 어렵고 연주하기도 까다로워 미뤄두고 있었어요. 하지만 팀을 만든 지 7년이 됐고 학교 공부를 끝마칠 시기도 가까워진 만큼 슈베르트를 연주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죠. 이 곡을 연주하기로 하고 보니 베토벤의 후기 작품 정도는 돼야 서로 무게감이 맞겠더라고요.”(이승원)

데뷔 때와는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연주를 완벽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음악을 어떻게 청중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더 신경을 쓰게 됐어요. 청중들 반응에 따라 연주를 맞춰가는 식이죠. 여유 있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김영욱)

노부스 콰르텟의 활약에 따라 최근 여러 음대에서 실내악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양보’를 강조했다.

“한국 음악 교육은 독주자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혼자 연습하는 데 익숙하죠. 독주자는 연습하다 피곤하면 쉴 수도 있지만 그룹 안에서는 힘들어도 멈출 수가 없어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없다면 팀을 유지할 수 없죠.”(문웅휘)

내달 1, 3일에는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음악가 자격으로 통영에서 연주회를 열고, 6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만2000~4만4000원. (02)338-3816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