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를 앞둔 엠텍비젼의 정리매매가 한국거래소 측 실수로 미뤄졌다.

보유주식의 상장폐지로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정리매매 지연에 "투자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거래소는 17일 상장폐지 예정 기업 엠텍비젼의 매매가 호가 접수 오류로 중단됐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엠텍비젼은 상장폐지결정으로 이날부터 정리매매를 개시할 예정이었으나 호가접수 오류가 발생해 투자자보호를 위해 오전 8시58분부터 매매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어 엠텍비젼의 정리매매기간을 오는 17~25일에서 18~26일로 변경했다. 정리매매기간 연기로 엠텍비젼의 상장폐지일도 26일에서 27일로 미뤘다.

정리매매 종목의 경우 호가 제한 폭이 없지만 엠텍비젼은 호가 제한 폭이 설정돼 있었다. 엠텍비젼이 지난해 10월 21일 감자를 단행한 이후 이날 거래가 처음 재개된 탓에 감자에 따른 호가 제한 폭(-50~150%)이 적용돼 있었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엠텍비젼은 5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등으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이날 정리매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정리매매는 호가 제한 폭이 없지만 감자에 따른 호가 제한 폭이 적용돼 호가 접수에서 오류가 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가 제한 폭이 적용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조치하려 했지만 개장 전까지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매매거래를 중단하고, 정리매매 기간을 연기한 것"이라며 "전산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개인투자자는 "감자 이후 첫 거래와 정리매매가 동시에 진행되는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도 아니다"면서 "거래소측이 챙겨야하는 기본적인 사안도 못챙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다른 소액 투자자도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분개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