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경기 용인시에 있는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을 거느리게 됐다.

삼성은 54홀 규모의 ‘메이저 골프장’을 편입함으로써 안성베네스트(36홀) 가평베네스트(27홀) 동래베네스트(18홀) 안양(18홀) 글렌로스(9홀) 등 6개 골프장에서 총 162홀을 보유, 그동안 국내 골프장 규모 1위인 신안그룹(153홀)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기업 골프장 순위 변동…삼성, 골프장 '6곳 162홀' 단숨에 1위로

○레이크사이드CC 이름 안 바꿔

삼성그룹 산하의 삼성에버랜드(주)는 안양 안성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90홀, 삼성물산(주)은 동래베네스트와 레이크사이드 등 72홀을 소유하게 됐다. 삼성은 골프장에 베네스트(Benest)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최고를 나타내는 ‘베스트(best)’와 둥지를 나타내는 ‘네스트(nest)’의 합성어다.

그러나 1968년 개장해 국내 최고의 골프장으로 손꼽히는 안양CC는 안양베네스트GC로 부르다 2012년 코스를 리뉴얼해 지난해 재개장하면서 옛날 이름인 안양CC로 되돌렸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안양은 삼성 골프장의 랜드마크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전통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베네스트를 붙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이크사이드도 삼성 골프장 브랜드인 ‘용인베네스트’로 바꾸지 않고 기존 이름을 계속 가져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현 레이크사이드CC 인력 및 운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홀 이상 골프장 보유 5곳

삼성, 신안에 이어 골프장 보유가 많은 곳은 한화그룹(126홀), 에머슨 퍼시픽그룹(117홀), 레이크힐스그룹(117홀) 등으로 5곳이 100홀 이상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표 참조

롯데그룹과 GS그룹이 각각 90홀을 갖고 있으며 현대그룹은 다음달 충남 태안에 36홀 규모의 ‘현대더링스코스’를 개장해 해비치제주(36홀)와 해비치서울(18홀)을 합쳐 보유 골프장이 90홀로 늘어난다. 현대는 태안에 추가로 72홀 골프장 인허가를 받은 상태여서 모두 완공되면 삼성처럼 162홀이 된다.

골프장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레저업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에는 반드시 가져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롯데는 경북 성주의 헤븐랜드CC(18홀)를 2008년 말 인수해 스카이힐성주로 바꿨고 2012년 입회금을 모두 돌려준 뒤 퍼블릭으로 재개장했다. 현대가 갖고 있는 해비치서울은 2005년 11월 군인공제회에서 사들인 것이다. 한화는 일본 나가사키현의 오션팰리스CC(18홀)를 2004년 말에 인수했다. 신안그룹은 2011년 현대성우리조트로부터 오스타CC(36홀)를 사들여 당시 업계 1위로 부상한 바 있다.

SK그룹은 2010년 제주 핀크스골프장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700억원에 사들였다. 2009년에는 한국야쿠르트가 경기 동두천 다이너스티CC(18홀)를 인수해 ‘티클라우드CC’로 이름을 바꿨다.

○골프장 M&A 활발해질까

삼성의 레이크사이드 인수가 골프장 인수합병(M&A)을 촉발시킬지도 관심사다. 현재 상당수 골프장이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고 입회금을 돌려주지 못해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들이 입회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에 골프장 인수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M&A시장에는 골프장 매물이 쌓여 있다. 공기업이 소유한 골프장 매물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뉴서울CC, 국가보훈처의 88CC,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블랙밸리CC, 한국관광공사의 제주중문CC 등이 있다.

회원권 분양이 안돼 막대한 골프장 건설비용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의 인수도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강원 홍천의 클럽모우골프장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22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엠코는 강원 춘천의 오너스, 한솔건설은 경남 양산의 양산CC, 삼부토건은 경남 사천의 타니CC, 대우건설은 춘천의 파가니카CC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