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총 길이 800km, 야곱의 흔적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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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걸을 때 한 번 읽어보세요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지역인 생 장 피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의 순례길을 최미선, 신석교 부부가 직접 걸어보고 지은 책.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 최미선 지음 / 넥서스books/ 343쪽 / 1만5000원 길 위에서 조우하는 인생, 산티아고 순례길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구름을 발 밑에 둔다. 유명한 와인 산지 리오하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포도밭 풍경에 취한다. 유서 깊은 도시 메세타의 오래된 돌길과 밀밭을 거닐며 원인 모를 향수에 빠져본다. 프랑스 남부의 국경 마을 생장피데포르부터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간의 문명과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이 경이롭게 어우러지는 현장이다.
유명한 여행지들은 애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런 기우는 접어도 좋다. 1993년 얻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명예도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들 앞에서는 한갓 세속의 명예로만 여겨질 정도다. 순례길의 종착지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 대성당이다. 장엄한 고딕 양식의 성당 앞에서 행장을 내려놓는 순간의 환희는 머나먼 길을 직접 걸어보지 않는 이상 상상하기도 힘들다.
총 길이 800㎞, 완주하려면 한 달이 걸리는 험난한 여행에 ‘순례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유구한 종교적 전통에 맞닿아 있다.
야고보의 무덤까지 향하는 성지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은 원래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자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야고보의 무덤까지 향하는 성지순례 코스였다. 노정을 따라 빈번하게 등장하는 옛 성당과 마녀사냥의 화형대, 십자군 전쟁의 흔적에서도 그 기원을 상상해볼 수 있다. 오랜 옛날, 순례자들은 조개껍질을 매달고 지팡이에 의지하며 긴 여정을 버텼다.
현재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멋지게 정비돼 있다. 조개껍질과 화살표로 방향을 안내해주는 이정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의 고난을 한층 덜어준다. 알베르게에서는 남녀 구별 없이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방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다. 순례길을 시작할 때 만든 순례자 여권 ‘크레덴시알’을 제시해야 하는데 마을의 성당, 카페 등에서 여권을 만들 수 있다.
여행팁
대한항공에서 인천~마드리드 직항편을 주 3회 운영하며, 다른 항공사의 경유편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 항공은 4월부터 5월까지 인천~바르셀로나 직항을 주 1회 특별 운영한다.
남유럽에 속하는 스페인에선 겨울에도 추위를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바르셀로나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며, 마드리드 역시 봄, 가을에는 온화하고 건조한 날씨여서 여행하기에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베리코산 돼지와 올리브, 다양한 해산물, 고수 등의 향신료를 풍성하게 사용하는 요리는 스페인 여행의 각별한 즐거움이다.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세계 미식의 수도라 불릴 만한 곳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고급 레스토랑들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 분자요리는 바르셀로나에서 태동했다. 지금도 ‘엘 세예 드 칸 로카’와 ‘무가리츠’ 등 세계 10위 안에 드는 최고급 식당들을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
식비로 지출할 비용이 충분치 않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타파스 바 거리에는 싼값에 다채로운 미각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 ‘타파스’란 와인에 곁들이는 술안주를 이르는 말인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식재료들을 소량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세계적인 레드 와인 산지인 리오하에서 양조된 와인들,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 스페인의 특산품인 셰리 와인 등 맛있는 술을 곁들이는 것 역시 잊지 말자.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할 경우, 마드리드 인근 도시 사리아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사리아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거리는 100㎞, 여행 기간의 부담을 줄이면서 순례길의 정수는 고스란히 취할 수 있는 코스다. 마드리드에서 사리아까지는 버스와 기차로 당도할 수 있다. 가장 편한 이동 수단은 스페인 철도 렌페의 야간 열차인데, 침대칸을 예약하면 사리아에 도착할 때까지 8시간 반 동안 충분히 쉴 수 있다. 고지대를 여행하는 만큼 적당한 침낭과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편안한 운동화와 가벼운 배낭, 여행을 시작하기 전의 체력 관리는 필수적이다. 모험심과 인내력 없이는 완수하기 힘든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시간만큼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보답한다. 정미환 여행작가 clartee@naver.com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지역인 생 장 피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의 순례길을 최미선, 신석교 부부가 직접 걸어보고 지은 책.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 최미선 지음 / 넥서스books/ 343쪽 / 1만5000원 길 위에서 조우하는 인생, 산티아고 순례길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구름을 발 밑에 둔다. 유명한 와인 산지 리오하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포도밭 풍경에 취한다. 유서 깊은 도시 메세타의 오래된 돌길과 밀밭을 거닐며 원인 모를 향수에 빠져본다. 프랑스 남부의 국경 마을 생장피데포르부터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간의 문명과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이 경이롭게 어우러지는 현장이다.
유명한 여행지들은 애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런 기우는 접어도 좋다. 1993년 얻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명예도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들 앞에서는 한갓 세속의 명예로만 여겨질 정도다. 순례길의 종착지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 대성당이다. 장엄한 고딕 양식의 성당 앞에서 행장을 내려놓는 순간의 환희는 머나먼 길을 직접 걸어보지 않는 이상 상상하기도 힘들다.
총 길이 800㎞, 완주하려면 한 달이 걸리는 험난한 여행에 ‘순례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유구한 종교적 전통에 맞닿아 있다.
야고보의 무덤까지 향하는 성지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은 원래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자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야고보의 무덤까지 향하는 성지순례 코스였다. 노정을 따라 빈번하게 등장하는 옛 성당과 마녀사냥의 화형대, 십자군 전쟁의 흔적에서도 그 기원을 상상해볼 수 있다. 오랜 옛날, 순례자들은 조개껍질을 매달고 지팡이에 의지하며 긴 여정을 버텼다.
현재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멋지게 정비돼 있다. 조개껍질과 화살표로 방향을 안내해주는 이정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의 고난을 한층 덜어준다. 알베르게에서는 남녀 구별 없이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방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다. 순례길을 시작할 때 만든 순례자 여권 ‘크레덴시알’을 제시해야 하는데 마을의 성당, 카페 등에서 여권을 만들 수 있다.
여행팁
대한항공에서 인천~마드리드 직항편을 주 3회 운영하며, 다른 항공사의 경유편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 항공은 4월부터 5월까지 인천~바르셀로나 직항을 주 1회 특별 운영한다.
남유럽에 속하는 스페인에선 겨울에도 추위를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바르셀로나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며, 마드리드 역시 봄, 가을에는 온화하고 건조한 날씨여서 여행하기에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베리코산 돼지와 올리브, 다양한 해산물, 고수 등의 향신료를 풍성하게 사용하는 요리는 스페인 여행의 각별한 즐거움이다.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세계 미식의 수도라 불릴 만한 곳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고급 레스토랑들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 분자요리는 바르셀로나에서 태동했다. 지금도 ‘엘 세예 드 칸 로카’와 ‘무가리츠’ 등 세계 10위 안에 드는 최고급 식당들을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
식비로 지출할 비용이 충분치 않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타파스 바 거리에는 싼값에 다채로운 미각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 ‘타파스’란 와인에 곁들이는 술안주를 이르는 말인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식재료들을 소량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세계적인 레드 와인 산지인 리오하에서 양조된 와인들,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 스페인의 특산품인 셰리 와인 등 맛있는 술을 곁들이는 것 역시 잊지 말자.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할 경우, 마드리드 인근 도시 사리아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사리아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거리는 100㎞, 여행 기간의 부담을 줄이면서 순례길의 정수는 고스란히 취할 수 있는 코스다. 마드리드에서 사리아까지는 버스와 기차로 당도할 수 있다. 가장 편한 이동 수단은 스페인 철도 렌페의 야간 열차인데, 침대칸을 예약하면 사리아에 도착할 때까지 8시간 반 동안 충분히 쉴 수 있다. 고지대를 여행하는 만큼 적당한 침낭과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편안한 운동화와 가벼운 배낭, 여행을 시작하기 전의 체력 관리는 필수적이다. 모험심과 인내력 없이는 완수하기 힘든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시간만큼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보답한다. 정미환 여행작가 clart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