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자산 규모가 10억원을 웃도는 6만3000여개 기업은 전자어음 거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전자어음 거래 대상 기업이 현재의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여곳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은행이 상환받은 금액이 연간 5000조원을 넘었던 종이어음은 사실상 퇴출의 길을 걷게 됐다.

○자산 10억원 넘으면 종이어음 발행 못해

기업들 4월부터 종이어음 못 쓴
시중은행들은 4월6일부터 자산 10억원 이상 기업은 전자어음 거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자어음거래 약관 및 이용약관 변경안을 시행한다. 전자어음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지금까지는 전자어음을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곳은 외부감사 대상 법인으로 2만72개다. 하지만 법 개정에 따라 자산이 10억원 이상인 6만3000여개로 확대된다. 전자어음 의무발행 법인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어음은 종이어음에 비해 제약이 따르고 거래가 공개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의무 발행은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내달부터 대기업에서 5억원짜리 전자어음을 받은 하청업체는 이를 여러 액수로 쪼개서 재하청 업체에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어음 분할은 5회 미만으로 제한된다.

새로 전자어음 발행이 의무화된 회사는 기존 당좌예금 계좌가 있을 경우 인터넷뱅킹 계좌만 개설하면 된다. 계좌가 없을 때는 당좌예금 거래신청서를 비롯해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주민등록증 사본 등 필요서류를 제출한 뒤 최장 1주일가량 기다리면 된다.

○뒤안길로 사라지는 종이어음

종이어음 발행액은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0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어음교환 장수를 기준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1997년에는 122만2192장에 달했다. 어음교환이란 은행이 최종적으로 어음 금액을 기업체로부터 돌려받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2005년 일부 기업에 대해 전자어음 발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종이어음 교환 건수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자어음 발행 건수는 집계가 시작된 2005년 252건(85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13년엔 148만1137건(204조163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종이어음 교환 건수는 2003년 97만6378장으로 전년도 109만8274장보다 10만장 가까이 감소했다. 이후 2013년에는 종이어음 집계 이후 최저치인 23만9322장을 찍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자어음뿐 아니라 한국은행이 도입한 외상매출채권담보 전자대출도 종이어음 퇴출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란 은행이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원청업체로부터 상환받는 대출 상품이다. 어음과 비슷하지만 유통이 불가능하다. 일반 전자어음은 유통이 가능하지만 유통할 때 필요한 배서는 20회로 제한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