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네 유전체 해독 나선다…관절염 신약 나올까
왕지네(관절염 약 개발), 천잠(고급 실크 개발), 오골계(한국 고유 종 보전).

6일 농촌진흥청이 유전체(게놈)를 해독하겠다고 발표한 동물들이다. 농진청은 이날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 추진단’ 출범식을 열고 농생명자원 분야 유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전체는 생명체가 갖고 있는 일종의 설계도. 주요 동식물의 유전체를 해독, 산업 발전은 물론 식량안보 체계까지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농촌진흥청의 김동헌 농업생명자원부장은 “유전체를 해독하면 한 자원이 갖고 있는 특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있다”며 “앞으로 8년간 668억원을 투자해 농생명자원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전체 해독에 들어가는 품목은 총 17개다. 작물로는 들깨 고구마 양파, 가축으로는 오골계 진돗개 제주마, 곤충선충류는 왕지네 천잠 등이다. 손성한 유전체과장은 “농업에서 중요하게 취급하는 품목 혹은 진돗개와 제주마 같은 한국 고유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신품종과 신약을 개발하고, 기후변화나 식량 부족 등 글로벌 위기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왕지네는 민간에서 관절염 약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왕지네의 어떤 성분이 관절염에 효능이 있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유전체 해독으로 이유가 밝혀질 경우 왕지네 약용화는 물론 신약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누에과에 속하는 천잠은 일반 누에보다 고품질의 실크를 만들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체를 분석해 일반 누에를 형질전환한다면 섬유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