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공사채 발행 '씨' 마르자 수요예측에 1조3100억 몰려…악재에도…KT '회사채 불패'
마켓인사이트 3월4일 오후 5시49분

국내 회사채시장의 ‘빅 이슈어(big issuer·대형 발행사)’인 KT가 4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3.275 대 1을 기록하면서 올 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은 기록을 세웠다. 공공기관 공사채 발행 급감으로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기관투자가들의 부동자금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만기 3년물 1500억원, 5년물 1500억원, 10년물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에 몰려든 자금이 총 1조3100억원이라고 5일 발표했다. 예정 발행액의 세 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자 올해 회사채시장에서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은 지난달 발행된 현대중공업의 회사채(1조2600억원)였다.

만기별로는 3년물에 6600억원, 5년물 3500억원, 10년물엔 30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몰렸다. 발행을 주관한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만기별로 연기금·은행·보험·자산운용사 등 13~19곳의 주요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며 “시장의 반응이 놀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수요가 예상보다 많자 KT는 채권 발행금액을 5000억원으로 늘려 11일 발행키로 했다. 금리도 시장 평가금리(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KT 회사채의 금리 평균치)보다 최대 0.07%포인트 낮은 수준(10년물 기준)으로 결정됐다.

당초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KT가 실적 악화(지난해 창사 이래 첫 순손실 기록), 자회사 KT ENS 직원이 연루된 사기 대출 사건에 이어 해외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삼중고를 겪으면서 회사채 발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도 올해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릴 정도로 KT 회사채의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공사채 발행 급감’이라는 호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신용등급 트리플A(AAA) 위주인 공사채 발행이 정부의 공공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큰 폭으로 줄면서 올 들어 발행된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는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KT의 현재 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분석 애널리스트는 “공사채에 대거 투자해왔던 연기금·보험사 등 ‘큰손’들의 자금을 우량 회사채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기관투자가의 매수 강도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이 쌓아 놓은 부동자금이 많긴 많은 모양”이라며 “우량 회사채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