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요그룹 회장들이 줄줄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에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그룹 총수들의 등기이사 사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실형이 확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SK(주)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내년과 2016년 각각 임기가 끝나는 SK하이닉스와 SK C&C의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게 됩니다.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역시 SK E&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법상 금융 등을 제외한 일부 업종의 경우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 형제는 법적 문제보다 실형 확정 등에 따른 도의적 책임 등을 지고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형 확정에 따라 (주)한화, 한화케미칼 외에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등 총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바 있습니다.



최근 1심에서 1천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은 이재현 CJ 그룹 회장 역시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물러나는 등 사퇴가 확산될 분위기입니다.



특히 이달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CJ CGV와 CJ E&M, CJ 오쇼핑의 경우 등기이사직에서는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그룹 회장들이 줄줄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도의적 책임보다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이재현 회장의 경우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또 연봉이 5억원을 넘는 등기이사들은 올해부터 개별연봉을 공개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경제TV 박영우입니다.





<앵커> 산업경제팀 채주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등기이사직을 사퇴한 총수들은 실형을 선고받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총수도 많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부터 그룹 오너들의 등기이사 사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는데요.



이를 두고서는 기업 경영에서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한 것 아니냔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등기이사에선 물러나지만 경영에는 참여하면서 책임만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올해부터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이사들이 얼마씩 돈을 받아가고 있는지가 공개되면, 연봉에 걸맞는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반면 올해 들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총수들을 보면 주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입니다.



형기가 2년 11개월 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법원 판결에 따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난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실형을 선고받은 오너가 그룹 경영에 계속 참여하는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문제지만, 사회적으로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형을 살게 된 총수들이 `옥중경영`을 이어가는 사례는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룹 총수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기업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회장님`이 사라진 자리를 어떻게 메울 것이냐 하는 게 해당 기업들의 고민입니다.



SK그룹은 2012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갖춰가고 있는데요.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사퇴했지만, 후임 사내이사는 선임하지 않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형태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CJ그룹 역시 이재현 회장이 구속 기소된 지난해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해왔습니다.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이미경 부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4명이 위원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주요 계열사 전략기획 책임자 30여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비상경영 돌입에도 불구하고 총수가 경영일선에서 후퇴함에 따라서 장기적인 경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너기업에서 오너의 부재는 신규 사업이나 해외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SK나 CJ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자녀가 25살과 19살에 불과하고, 이재현 회장 역시 아들이 23살로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만큼 3세 경영을 준비하기에도 무리가 있어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물러난 대기업들, 주가 흐름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너 리스크`라고 얘기하죠. 오너가 혐의를 받아도 리스크, 자리를 비워도 리스크인데요.



최근 증시를 보면 총수들의 후퇴를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힌 게 어제인데요. SK 주가가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증시 흐름에 비해 두드러질 만큼 하락하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동안 공판이 진행되면서 지주사인 SK 주가는 20만원대였던 2011년 수준에 근접할 만큼 회복되고 있습니다.



CJ 주가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장중 기준 지난해 3월 15만5천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뒤 9만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최근 13만원대까지 올라섰습니다.



오너리스크가 악재로서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는데다, 혐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영을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란 진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책임경영이 강화돼 오너부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고 있다며, 시장 역시 오너리스크에 크게 반응하기 보다는 실적과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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