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美대학가 점령한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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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김보라 기자)
‘좀비’가 미국 대학가를 점령했습니다. 아,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화처럼 살아있는 시체가 걸어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좀비에 관한 연구 논문과 수업이 최근 몇년 새 미국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지난 5년간 ‘좀비’에 관한 연구 논문은 20편, 온라인 저널로만 2000편 가량이 발간됐습니다. 그 이전 10년 동안 나온 논문 10편, 온라인 저널 7편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죠. 미국 대학에서는 이미 좀비에 관한 수업을 개설한 대학이 여러 곳입니다. 미시간주립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볼티모어대 등인데요. 이들 수업에서 다루는 건 ‘좀비와 휴머니즘’, ‘좀비와 사회문화적 고찰’, ‘좀비와 종교, 공포’ 등 다양합니다.
사실 ‘좀비 열풍’을 선도한 건 미디어 업계였습니다. 1932년 벨라루고시의 ‘화이트 좀비’에서 시작해 영화의 소재로 꾸준히 되살아났습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월드워Z’는 전세계에서 흥행 열풍을 일으키며 5억400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최근 AMC가 제작한 TV시리즈 ‘워킹 데드’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시청률 상위를 점령하고 있고요. 영국에서도 2~3년에 한편씩 좀비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불길한 징조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문학 교수이자 ‘백치세대: 디지털이 만든 위태로운 미국 젊은이들’의 저자인 마크 뵈얼린은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세태는 얼마나 불안한 지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세대일수록 좀비와 뱀파이어 등 형이상학적인 공포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좀비 전문가’로 불리는 사라 줄리엣 라우로 클렘슨대 영문학과 조교수는 “18세기 민속학과 영미문학의 전통, 노예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좀비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좀비는 부두교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메리카 서인도 제국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들이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체라서 썩어있기도 하고, 낮에는 무덤 안에 있습니다. 또 듣지를 못해 거의 모든 좀비는 무보수의 노예로 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무거운 죄를 지은 인간이 그 형벌로 좀비가 된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좀비에 얽힌 비화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요즘 좀비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다 과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월드 워 Z’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등 두 권의 책으로 좀비 현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맥스 브룩스는 “나의 연구가 또다른 좀비 연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좀비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인 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비와 경제’를 연구 중인 글렌 휘트먼 교수는 지구 종말을 주제로한 경제학적 분석을 내놓는 논문에서 좀비를 예로 들어 독자의 흥미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destinybr@hankyung.com
‘좀비’가 미국 대학가를 점령했습니다. 아,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화처럼 살아있는 시체가 걸어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좀비에 관한 연구 논문과 수업이 최근 몇년 새 미국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지난 5년간 ‘좀비’에 관한 연구 논문은 20편, 온라인 저널로만 2000편 가량이 발간됐습니다. 그 이전 10년 동안 나온 논문 10편, 온라인 저널 7편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죠. 미국 대학에서는 이미 좀비에 관한 수업을 개설한 대학이 여러 곳입니다. 미시간주립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볼티모어대 등인데요. 이들 수업에서 다루는 건 ‘좀비와 휴머니즘’, ‘좀비와 사회문화적 고찰’, ‘좀비와 종교, 공포’ 등 다양합니다.
사실 ‘좀비 열풍’을 선도한 건 미디어 업계였습니다. 1932년 벨라루고시의 ‘화이트 좀비’에서 시작해 영화의 소재로 꾸준히 되살아났습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월드워Z’는 전세계에서 흥행 열풍을 일으키며 5억400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최근 AMC가 제작한 TV시리즈 ‘워킹 데드’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시청률 상위를 점령하고 있고요. 영국에서도 2~3년에 한편씩 좀비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불길한 징조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문학 교수이자 ‘백치세대: 디지털이 만든 위태로운 미국 젊은이들’의 저자인 마크 뵈얼린은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세태는 얼마나 불안한 지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세대일수록 좀비와 뱀파이어 등 형이상학적인 공포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좀비 전문가’로 불리는 사라 줄리엣 라우로 클렘슨대 영문학과 조교수는 “18세기 민속학과 영미문학의 전통, 노예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좀비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좀비는 부두교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메리카 서인도 제국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들이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체라서 썩어있기도 하고, 낮에는 무덤 안에 있습니다. 또 듣지를 못해 거의 모든 좀비는 무보수의 노예로 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무거운 죄를 지은 인간이 그 형벌로 좀비가 된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좀비에 얽힌 비화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요즘 좀비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다 과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월드 워 Z’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등 두 권의 책으로 좀비 현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맥스 브룩스는 “나의 연구가 또다른 좀비 연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좀비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인 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비와 경제’를 연구 중인 글렌 휘트먼 교수는 지구 종말을 주제로한 경제학적 분석을 내놓는 논문에서 좀비를 예로 들어 독자의 흥미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