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둘째주 목요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본관 15층. 한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린다. 7인의 위원들은 다음달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일 지명된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자가 취임해 의사봉을 처음 쥐고, 임기가 만료되는 임승태 금통위원 대신 새 위원이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 금통위가 어떤 조합과 색깔을 드러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금통위 균형 깨질까…주목되는 4월 10일

○만장일치 언제까지

금통위는 당연직인 총재, 부총재와 금통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언에 따라 1950년 설립된 뒤 2003년 임기 4년(부총재 3년)의 현 상근체제가 확립됐다. 이들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7인이 1인1표를 대등하게 행사한다.

이 후보자가 다음달 10일 금통위 의장을 맡아도 통화정책 기조가 갑작스럽게 바뀔 것이란 관측은 희박하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영향, 가계부채 문제 등에 둘러싸여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9개월째 만장일치 금리동결을 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지만, 하반기 경기회복이 뚜렷해질 경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통위원들의 소신이 갈리면서 만장일치 전선에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가 통화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한은맨’이라는 점에서 금통위 내 주도권은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한은 내부 인사란 점에서 애초 거론됐던 인사들보다는 ‘매파(금리 인상론자)’에 가까울 것”이라며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 정부와 적극 협조한 것을 보면 비둘기파의 면모도 보였다”고 말했다.

○매파 득세할까

소수의견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당시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문우식 위원이 끝까지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화정책 철학에 따라 성향을 나눌 때, 경제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로 그를 구분하는 이유다.

반대로 금리 인하 편에 선 ‘비둘기파’로는 하성근 위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초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금융위원회 추천으로 금통위원을 맡아 시장의 금리인하론에 가깝다는 평가에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나머지를 굳이 가르자면 최근 금리인상론을 반박해온 김중수 총재와 박원식 부총재를 매파로,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정순원 위원과 비(非)통화전문가인 정해방 위원을 비둘기파로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파와 비둘기가 3 대 3이었던 셈이다.

중간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인물은 다음달 14일 임기가 끝나는 임 위원이었다는 평가다. 2012년 금리인하 시기에 동결을 주장하며 매파로 평가받았던 그는 지난해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로 돌아서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 연구위원은 “후임 성향에 따라 3 대 3 구도가 4 대 3으로 바뀔 수 있다”며 “아마 매파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은행연합회 추천으로 후임이 지명되는데, 은행권은 증권업계와 달리 금리인상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다.

○이후 행보를 봐야

이 같은 ‘성향 분석’에도 한계는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통위원들은 대외활동이나 소신 표출이 많지 않아 성향을 가르기 쉽지 않다”며 “혼란스러운 정보를 주기보다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낫다는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대외여건에 흔들리기 쉬운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하나의 성향을 고집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와의 협조를 강조하며 비둘기파로 평가받았던 김 총재는 취임 4개월 만인 2010년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기회복세를 강조하며 시장 일각의 금리인하론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