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만 하면 또…불안에 갇힌 증시
지난주 장밋빛 움직임을 보이던 증시가 주춤했다. 코스피지수는 3일 0.77%(15.30포인트) 하락한 1964.69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올랐던 상승분(15.13포인트)을 하루 만에 반납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2.25% 떨어졌다.

증시 반등세가 꺾인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금융시장 불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코스피지수 1980선을 눈앞에 두고 발동한 펀드 환매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크라이나, 신흥국 불안 도화선될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6거래일 만에 외국인 자금 흐름이 ‘사자’에서 ‘팔자’로 바뀌었다. 그동안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을 보고 한국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통화가치 급락 등 대외 불안이 커진 탓에 움츠러든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당장 한국 증시에 충격을 주는 요인은 아니지만 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EU) 간 신냉전 등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자칫 안전자산 회귀 욕구를 자극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다 태국·베네수엘라 정치 불안 등이 더해지면서 2월 말부터 개선되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춤했다”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커졌다”면서 “아직 한국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태가 악화돼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다면 우크라이나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경제와 유럽증시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매의 벽’+말라버린 돈줄

지난 주말 코스피지수가 1980 목전까지 회복하면서 다시 등장한 ‘펀드 환매의 벽’도 증시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펀드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주식형펀드에선 4522억원이 빠져나갔다. 2월 한 달간 총 4486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을 감안하면 2월 마지막주에 월별 자금흐름을 마이너스로 돌린 ‘대량 환매’가 발생한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펀드 환매국면으로 보긴 이르지만 코스피지수 1980선을 기준으로 적지 않은 펀드 환매 대기 물량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 팀장은 “본격적인 자금유출 단계로 보긴 힘들지만 차익실현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펀드 환매 물량 탓에 국내 자금 흐름이 들쑥날쑥하다”고 했다.

속칭 ‘13월의 월급’에서 ‘13월의 세금’으로 바뀐 연말정산 결과도 증시에 부담이다. 직장인 5명 중 1명꼴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고, 추가 납부세액이 2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가뜩이나 거래가 얼어붙은 증시에 악재가 더해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 평균 거래액이 5조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거래 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증시 반등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위기탈출 이끌 주도주 부재

증시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증시 상황을 타개할 주도주가 없다는 점도 주가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위기, 일본 소비세 인상,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대외 변수가 산적한 가운데 한국 증시는 시장을 이끄는 특별한 주도주가 없다”며 “3~4월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더라도 주도주가 없는 만큼 완만한 상승 정도를 기대해 봄 직하다”고 말했다.

김동욱/이고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