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인피니티 '비주류' 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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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의 car&talk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전체의 70%가량을 장악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위기에 빠진 기아차를 현대차가 인수하면서 생겨난 불가피한 현상이다. 수입차 시장으로 눈을 돌려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4사가 국내 판매량의 70%을 차지하며 ‘과점’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점을 보면 비정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한 곳에 꽂히면 그 쪽으로 확 쏠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성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관세 및 개별소비세 인하, 업체들의 적극적인 판매 경쟁 등으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수입차 구매층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도 이에 맞서 약점으로 꼽히는 디젤 모델을 늘리고 일부 차종의 가격을 낮추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업체 간 경쟁이 지속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 확대되고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수입차 시장 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 ‘독일차 쏠림’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독일 자동차의 경쟁력이 높고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정도로 가격 정책도 잘 가져가고 있다. 이렇게 독일 4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70%에 이르는 독일 자동차 점유율이 지속될수록 적자를 견디다 못한 프랑스, 일본, 미국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같은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것이다. 과점 체제가 굳어진 후에 독일 4사가 차량과 부품가격으로 횡포를 부려도 울며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바꿀 순 없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돈을 가장 값진 곳에 쓰고 싶어한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선 독일차가 그 답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분위기가 살짝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적은 판매량, 낮은 인지도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비주류’들이 내놓은 신차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볼보다. 스웨덴의 국민차이지만 경영난을 겪다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되면서 억울하게 ‘중국차’ 딱지가 붙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틀렸다. 같은 이유로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도차’로 폄하하는 사람을 기자는 보지 못했다.
볼보는 여전히 전통을 이어가며 신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올해 볼보가 기존 2.0L보다 작은 1.6L짜리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들을 국내에 대거 출시한다. 이미 지난달 5도어 해치백 V40에 이 엔진을 얹은 2종의 모델을 내놓았다. 이 차량은 최고출력 115마력과 최대토크 27.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1.6L급 수입 디젤 승용차 중 가장 높은 출력이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해 복합연비가 17.7km/L에 달한다. 가격도 3290만~3590만원으로 경쟁자인 폭스바겐 골프 수준으로 맞췄다. 옵션 등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구성이 더 알차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자는 이 엔진을 탑재한 콤팩트 세단 ‘S60’을 출시(2월25일) 전에 타봤다. 경쾌한 주행성능, 적은 소음 및 진동, 날렵한 핸들링 등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경쟁자인 BMW 3시리즈보다 가격을 낮추고 옵션을 강화했으니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일본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도 심상치 않다. 지난 11일 선보인 콤팩트 세단 ‘Q50’을 주목할 만하다. 유려한 디자인과 한 등급 높은 모델들까지 넘보는 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다. 특히 무엇보다 독일 브랜드들의 경쟁력 원천인 디젤 엔진을 얹었다. 흥미로운 점은 배기량 2.2L짜리 디젤 엔진이 벤츠사의 제품이라는 것. 가격도 4350만~4890만원으로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200대 계약을 돌파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 모두 ‘승자독식이냐, 비주류의 반란이냐’라는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소수의 반란’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밥그릇을 넘보는 수입차 업체들의 숟가락질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독일 브랜드가 만든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는 비(非)독일 브랜드들의 공격도 본격화됐다. 소비자들은 그저 냉철한 분석력으로 이 상황을 즐기며 자신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면 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관세 및 개별소비세 인하, 업체들의 적극적인 판매 경쟁 등으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수입차 구매층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도 이에 맞서 약점으로 꼽히는 디젤 모델을 늘리고 일부 차종의 가격을 낮추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업체 간 경쟁이 지속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 확대되고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수입차 시장 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 ‘독일차 쏠림’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독일 자동차의 경쟁력이 높고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정도로 가격 정책도 잘 가져가고 있다. 이렇게 독일 4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70%에 이르는 독일 자동차 점유율이 지속될수록 적자를 견디다 못한 프랑스, 일본, 미국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같은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것이다. 과점 체제가 굳어진 후에 독일 4사가 차량과 부품가격으로 횡포를 부려도 울며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바꿀 순 없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돈을 가장 값진 곳에 쓰고 싶어한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선 독일차가 그 답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분위기가 살짝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적은 판매량, 낮은 인지도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비주류’들이 내놓은 신차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볼보다. 스웨덴의 국민차이지만 경영난을 겪다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되면서 억울하게 ‘중국차’ 딱지가 붙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틀렸다. 같은 이유로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도차’로 폄하하는 사람을 기자는 보지 못했다.
볼보는 여전히 전통을 이어가며 신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올해 볼보가 기존 2.0L보다 작은 1.6L짜리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들을 국내에 대거 출시한다. 이미 지난달 5도어 해치백 V40에 이 엔진을 얹은 2종의 모델을 내놓았다. 이 차량은 최고출력 115마력과 최대토크 27.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1.6L급 수입 디젤 승용차 중 가장 높은 출력이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해 복합연비가 17.7km/L에 달한다. 가격도 3290만~3590만원으로 경쟁자인 폭스바겐 골프 수준으로 맞췄다. 옵션 등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구성이 더 알차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자는 이 엔진을 탑재한 콤팩트 세단 ‘S60’을 출시(2월25일) 전에 타봤다. 경쾌한 주행성능, 적은 소음 및 진동, 날렵한 핸들링 등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경쟁자인 BMW 3시리즈보다 가격을 낮추고 옵션을 강화했으니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일본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도 심상치 않다. 지난 11일 선보인 콤팩트 세단 ‘Q50’을 주목할 만하다. 유려한 디자인과 한 등급 높은 모델들까지 넘보는 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다. 특히 무엇보다 독일 브랜드들의 경쟁력 원천인 디젤 엔진을 얹었다. 흥미로운 점은 배기량 2.2L짜리 디젤 엔진이 벤츠사의 제품이라는 것. 가격도 4350만~4890만원으로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200대 계약을 돌파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 모두 ‘승자독식이냐, 비주류의 반란이냐’라는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소수의 반란’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밥그릇을 넘보는 수입차 업체들의 숟가락질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독일 브랜드가 만든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는 비(非)독일 브랜드들의 공격도 본격화됐다. 소비자들은 그저 냉철한 분석력으로 이 상황을 즐기며 자신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면 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