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인생 50년을 결산하는 공연 ‘춤의 귀환’을 내달 5~7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리는 안무가 국수호 씨. 디딤무용단 제공
춤인생 50년을 결산하는 공연 ‘춤의 귀환’을 내달 5~7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리는 안무가 국수호 씨. 디딤무용단 제공
“지난 50년간 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자신을 갈고닦아서 여한 없이 춤추다 아름답게 퇴장하고 싶어요.”

서울 대치동 디딤무용단 연습실에서 최근 만난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66)은 춤 인생 50년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다음달 5~7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무용 인생 반세기를 정리하는 공연 ‘춤의 귀환’을 올린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그는 1964년 전주농고 1학년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전주 권번(券番)의 춤 사범이었던 정형인 씨에게 삼현승무와 남무를 배웠고, 1973년 국립무용단에 들어가 ‘왕자호동’ ‘원효대사’ 등 20여편의 공연에서 주역 무용수로 뛰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총괄안무를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국립무용단장, 서울예술대·중앙대 교수로 일했다.

“사생활도 없이 몸에 피멍이 들고 진통제를 맞으면서 춤추는 일이 다반사였죠. 발이 너무 아파 땅에 디딜 수조차 없었던 적도 있어요. 아픔을 참기 위해 약을 먹으면서 춤추고 그러다 어느 날 보면 또 나아 있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50년이 지났네요. 박금슬 송범 한영숙 이매방 김천흥 박병천 등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스승들께 이번 공연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한국무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금껏 한국무용은 발레와 현대무용을 공연하던 넓은 무대를 빌려 사용했어요. 32바퀴 회전하는 화려한 발레와 정적인 한국무용을 똑같은 무대에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경쟁이 안 됩니다. 한국무용 전용극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예요. 일본의 가부키 극장이나 중국의 경극 전용극장처럼 한국 춤에 최적화된 공간이 어떤 것인지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번 공연엔 그의 춤 인생 50년을 축하하기 위해 문화계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첫날엔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과 김영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공연을 펼치고, 이어령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 석학교수,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이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둘째 날과 마지막 날엔 김광숙 전북무형문화재 제48호 예기무 보유자,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등이 무대를 꾸민다. 그는 ‘남무’ ‘입춤’ ‘용호상박’ 등으로 화답한다.

“저는 항상 시대를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 춤이 이 시대에 어떻게 보여질지 고민하지 않고 과거만 답습한다면 절대로 존재감을 가질 수 없습니다. 무용계 후배들뿐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에게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