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계기로 신흥국의 생존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졸릭 전 총재는 1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4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신흥국 중 멕시코는 살아나겠지만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멕시코는 그동안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많이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나타난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선진국의 투자자금 회수 때문이라기보다는 각국이 처한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졸릭 전 총재는 “그동안 경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온 국가는 테이퍼링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며 “한국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테이퍼링 과정에서 국가 간 정책 공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위기가 닥치고 많은 국가에 공통의 이익이 있을 때는 정책 공조가 쉬웠지만 상황이 정상적으로 가면 공조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아베노믹스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과거 15~20년간 저성장을 거듭하다가 통화정책을 통해 크게 회복하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1~2년 내 효과는 더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경제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중국 경제는 앞으로 20년간 연평균 7~8%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