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수 대구은행장, 임기 1년 남기고 용퇴…"열정 가진 후배가 새 리더십 발휘해야"
하춘수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61·사진)이 17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비전과 열정을 가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는 게 하 회장의 설명이다. DGB금융은 1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해 차기 회장 겸 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박인규 대경티엠에스 대표(전 대구은행 수석부행장)와 박동관 DGB금융 부사장, 이찬희 대구은행 부행장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고 닳도록 회장할 생각 없다”

하 회장은 이날 계열사 임원 회의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하 회장의 회장 임기는 다음달 21일이지만, 행장 임기는 내년 3월이다. 하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은행장 임기가 아직 1년 남았지만 지주사 회장 임기가 끝날 때에 맞춰 그만두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직을 중임한 후 내년 은행장도 연임하게 되면 은행장만 9년간 하게 되는 셈인데, 이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퇴진 이유로 ‘후배들을 위한 용퇴’를 들었다. 그는 “비전과 열정을 가진 후배가 최고경영자를 맡아 새로운 리더십으로 조직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때라고 본다”며 “내가 마르고 닳도록 회장직을 맡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을 두고 일각에선 외압 논란도 일었다. 경남은행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금융당국에 밉보인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하 회장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선 “나는 김천 성의상고를 졸업한 후 44년째 은행원으로 살아왔다”며 “정치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까지 너무 일에만 몰두했다”며 “이젠 외국어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나를 위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1971년 대구은행에 입행한 하 회장은 2009년부터 대구은행장을 맡아 왔다. 2011년엔 DGB금융이 출범하면서 지주사 회장도 겸임했다. 지역밀착형 영업을 통해 DGB금융을 지역 대표 금융회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회추위 첫 회의

DGB금융은 18일 회추위와 자회사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 겸 은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간다. 회추위는 하 회장과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다. 하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역량을 갖춘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을 맡게 될 것”이라며 “새 회장은 회장과 은행장 임기가 같아져 경영 안정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론 전·현직 임원 7명이 거론된다. 박인규 대표와 박동관 부사장, 이찬희·이만희 대구은행 부행장, 이천기 유페이먼트 대표(전 대구은행 부행장), 최수원·신덕렬 전 대구은행 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박 대표와 박 부사장, 이찬희 부행장 등 세 명이 가장 유력한 후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추위는 조만간 단독 차기 회장 겸 은행장 후보를 뽑아 내달 21일 주총을 통해 이를 확정할 방침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