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 후폭풍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19개나 따내면서 '메달밭'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 이후 17일(한국시간) 현재 쇼트트랙에서 나온 금메달은 아직 없다.

여자 1,500m 심석희(세화여고)와 여자 500m 박승희(화성시청)가 각각 따낸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가 전부다.

이 때문에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안현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세계 최정상을 지켜온 한국 쇼트트랙의 위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표 선수들의 부진을 바라보는 쇼트트랙 관계자들의 심정도 착잡하다.

여기에 안현수의 아버지인 안기헌 씨가 빙상연맹이 특정인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파벌 타파'와 선발전 방식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파벌 문제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그해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드러난 '짬짜미' 파문에 따른 강도 높은 내부 개혁 조치로 어느 정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개혁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선발전 방식을 놓고는 생각이 갈렸다.

쇼트트랙 대표선발전 방식은 그동안 파벌과 짬짜미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목적에 따라 여러 차례 변경됐다.

1년에 두 차례를 치를 때도 있었고, 1차례로 준 적도 있었다.

특히 파벌 갈등이 심했을 때에는 외국인 심판을 초빙해 치르기도 했고, 2009년 대표선발전에서 불거진 '짬짜미' 파문 이후로는 1차 선발전을 치르고 나서 스피드스케이팅처럼 '타임 레이스'로 마지막 선발전을 펼치기도 했다.

선발전 횟수가 적으면 선발전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어 수준급 선수들이 탈락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선발전 횟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선수들이 다칠 확률도 커진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전 빙상연맹 관계자는 "선발전을 두 차례 치렀더니 1차 선발전에서 성적이 좋은 선수가 2차 선발전에서 자기가 친한 선수를 돕는 상황도 나오는 폐단이 있었다"며 "선발전 횟수가 많다고 변별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팀의 부진에 대해 "선발 방식보다는 한국 지도자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있어서 대표팀의 전력이 많이 노출된 게 더 문제"라며 "유럽과 북중미 나라들의 전력이 올라오면서 세계적으로 실력이 평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며 "매번 성적이 좋을 수는 없다.

대표팀 성적도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지금이 하락의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쇼트트랙 관계자는 "최근에는 파벌로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없어진 상태"라며 "대표 선발전도 공정하게 치러지고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소치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부진한 것은 노진규(한국체대) 등 잘하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발전 횟수를 늘리거나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도자들도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게 분명하다.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종명 빙상연맹 사무국장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선발은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

문체부의 감사에 성실히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인에 의한 조직 사유화는 존재할 수 없다"며 "올림픽을 잘 마치고 나서 그동안 대두한 문제점들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