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집중 조사…"역외탈세 꼼짝마" 추징액 1조 넘어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세액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선박관리, 도매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탈세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17일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11명을 조사해 총 1조78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추징세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전년 대비로는 30.6% 급증한 성과다.

이날 공개된 역외탈세 사례는 다양했다. 선박관리 업체 사주 A씨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이름으로 선박을 소유하고 국내외 해운 회사에 이를 임대했다. 여기서 받은 임대료를 페이퍼컴퍼니 이름의 국내 계좌로 받아 관리하면서 세금 신고를 빠뜨렸다. 국세청은 이를 적발해 수백억원을 추징했다.

B씨는 임직원 두 명의 이름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거래를 임직원 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은닉했다. 그는 이 돈을 투자금과 대여금 명목으로 국내로 들여오려다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수백억원을 추징당했다.

외국인 투자를 가장한 탈세 수법도 여전했다. C씨는 차명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무역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렇게 숨긴 자금을 개인적으로 썼을 뿐 아니라 페이퍼컴퍼니 이름으로 국내 주식을 사서 높은 시세차익을 거뒀다. C씨는 이 자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리고 외국 은행 채권을 사들여 이자수익도 챙겼다. 국세청은 C씨의 탈루소득에 대해 법인세 등 수천억원을 추징했다.

원정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역외탈세 차단에 세정역량을 집중한 결과 추징세액이 늘었다”며 “해외 협력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미국 영국 호주가 공동조사해 수집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자료를 지난해 확보한 상태다. 이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61명의 역외탈세자를 조사해 1351억원을 추징했다.

해외금융계좌신고 제도를 도입하고 관세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과 정보 공유도 강화했다. 1억원이었던 탈세제보 포상금이 지난해 1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도 성과에 보탬이 됐다.

원 국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해 역외탈세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와 수집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해외 탈세제보 포상금을 20억원으로 올려 추적과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