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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주축 박승희(22·화성시청)가 한국 선수로선 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박승희는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레이스 초반 선수들과 뒤엉켜 넘어지는 불운 속에 54초207을 기록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유일하게 넘어지지 않은 리지안루(중국·45초263)가 금메달을 땄고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51초250)가 은메달을 가져갔다.

아쉬운 결과지만 한국 쇼트트랙이 16년 만에 여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전이경이 딴 동메달이 유일했을 정도로 쇼트트랙 단거리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박승희는 경기를 마치고 “이미 끝난 경기에서 후회는 없지만 조금 안타까울 뿐”이라며 “단거리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며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승희는 준결승에서 가장 좋은 기록으로 결승에 합류했다. 스타트가 생명인 500m에서 가장 유리한 안쪽 레인을 배정받았다. 다소 긴장한 듯 한 차례 부정출발을 범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두 번째 스타트에서는 1위로 출발해 선두로 치고 나갔다. 네 바퀴 남은 상황에서 2위로 달리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넘어지면서 폰타나를 넘어뜨렸다. 아쉽게도 박승희는 1위로 달리다가 크리스티의 손에 걸리며 미끄러졌고 일어나 달리려다 다시 넘어져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리스티가 실격당하면서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서울시청)에 이어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중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1000m와 15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한 박승희는 자신의 통산 올림픽 메달을 3개로 늘렸다.

하지만 박승희는 이날 충돌로 오른쪽 무릎을 다쳐 15일 열릴 1500m 경기에는 뛰지 않을 예정이다. 1000m와 3000m 계주 출전 여부는 몸 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