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3일 오전 4시59분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중소기업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 인수를 약속한 매수자들이 투자심리 악화로 마음을 바꾸거나 매입 자금 조달에 실패해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통신장비업체 피앤텔은 김철 대표 등 기존 최대주주가 데피안과 맺은 400억원 규모 주식양수도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작년 10월 보유지분 47.26%(794만주)를 컨설팅업체 한싱에 넘기기로 했던 최대주주가 이후 매각 대상을 해외자원개발업체 데피안으로 변경하고 두 차례 일정을 연기하는 등 협상을 지속해 왔지만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회사 관계자는 “데피안 측이 지급기일인 10일까지 대금을 넣지 않고 계약 해지를 통보해온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업체 세진전자와 식품 도매업체 태창파로스 등도 같은 이유로 주식양수도 계약을 해지했다. 태창파로스는 지난해 6월 총 65억원에 김서기 대표가 보유한 주식 100만주와 경영권을 코오롱관광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세 차례 일정이 미뤄지며 6개월간 시간을 끌다 12월 말 계약이 뒤집어졌다. 세진전자의 최대주주 이상영 대표 등도 작년 11월 150억원에 지분 30.8%(500만6284주)를 양도하기로 했지만 상대방인 사푸안코리아가 대금을 넣지 않아 12월 계약이 해지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 결과 피인수 기업의 부실이 추가로 드러났거나 실사 기간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계약을 뒤엎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시장 경색으로 매수업체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분양수도 계약을 호재로 보고 주식을 사들였던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계약 발표 당시 주당 4650원(10월31일)이었던 피앤텔 주가는 1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13일 현재 2035원으로 반토막 났다. 매각 이슈로 1280원(11월25일)까지 올랐던 세진전자도 736원으로 급락했다. 태창파로스 주가 역시 483원으로 마감해 1751원(6월20일)에서 4분의 1 토막 났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양수도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사 결과와 매각 조건 등에 대한 이견으로 해지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수회사의 업종 연관성과 자금능력, 양도 프리미엄의 적정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오상헌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