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때는 중국 증시…온기도는 화학株
올해 초까지 추락을 거듭했던 중국 증시가 1월 말~2월 초 춘제(春節)를 전후해 급반전하고 있다. 13일엔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달 20일 1984.82까지 무너졌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100선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춘제 휴장일이 9일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중국 경기 ‘최악’ 지났나

중국 증시 반등의 신호는 무역수지에서 나왔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전날 1월 중국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증가율의 3배 수준이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318억6000만달러로 1월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대형 은행에 유동성을 풀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완화된 것도 중국 증시와 국내 중국 관련주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무역 지표 자체도 좋지만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이 늘어났다는 내용이 더 긍정적”이라며 “향후 미국과 유럽 경기가 완만한 회복곡선을 그린다고 가정할 때 중국 경기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지난해 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을 때를 바닥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를 조금씩 풀어주는 쪽으로 기조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가 회복곡선을 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 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5로 두 달 연속 하락하는 등 반대의 메시지를 주는 지표도 여전히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지표 움직임을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 관리’의 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팀장은 “중국 정부가 시장이 들떠 있다고 판단되면 3년 일정으로 진행 중인 국가 경제체제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이 올 수 있다고 보고 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 불까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관련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커 ‘중국주’로 불리는 화학업종의 반응이 가장 빠르다. 화학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주가가 빠지다 2월 들어 강세로 돌아섰다. SK이노베이션(2월 이후 3.54% 상승), 롯데케미칼(5.44%), 금호석유(2.49%) 등이 약세장에서 반등한 사례로 꼽힌다. LG화학, 제일모직 등도 1월 말, 2월 초를 전후해 주가 하락세가 멈췄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춘제 연휴가 끝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의 주문이 쏟아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 반등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큰 편”이라며 “합성고무나 합성수지 등의 주문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학주 주가와 관련해서는 “주문 물량이 드러나는 3월 이후가 돼야 주가의 대세 상승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업종에서도 중국 수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고 현지 철강 경기도 봉형강(철근)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며 “포스코 등 철강주들의 주가가 2분기까지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수출이 많은 내수주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라이신(가축 사료용 아미노산) 판가 개선 기대감에, 매일유업은 분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 덕에 이달 들어 주가가 5% 이상 올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