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기아자동차가 성장 동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실적이 나빠지고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기아차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국산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전년 동월보다 10% 감소했다. 한 해 사업 계획의 기반을 다지는 연초부터 삐걱대고 있는 것.

지난해도 기아차는 후발 업체인 한국GM·쌍용·르노삼성 3사가 모두 판매량이 증가할 때 전년 대비 5% 감소하는 등 국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년간 성적표만 보면 기아차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량도 미끄러졌다. 현대차는 전년보다 2% 늘어났으나 기아차가 4% 줄면서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0.6%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성장세가 5년 만에 제동이 걸린 것은 기아차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기아차가 미국법인의 톰 러브리스 판매담당 부사장을 전격 경질한 대목도 같은 이유.

원화 강세 등 환율도 나빠져 작년에 기아차는 매출을 0.8% 늘리고도 영업이익은 9.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7.5%에서 6.7%로 떨어졌다.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 온 질적 성장이 흔들린 셈이다.

그동안 기아차는 K시리즈(K3·K5·K7·K9) 등 차별화 된 상품 전략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계에서 '디자인 혁신'을 이뤄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비슷한 디자인이 오랜기간 반복돼 식상해졌고 모델 노후화도 겹치면서 최근 들어선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아차 카렌스 오너 박모씨는 "기아차 디자인이 식상해졌다는 얘길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면서 "기아차가 신차에 적용한 가격이나 마케팅 방식도 소비자 요구와 잘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카렌스, 쏘울 등 신차도 판매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 기아차 마케팅 부서와 영업 부서 간의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도 긍정적 효과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영업점 관계자는 "현대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를 팔 때의 인센티브가 적어 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불만이 많다"면서 "회사가 차를 더 팔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풀 체인지 되는 카니발과 하반기 쏘렌토, 프라이드와 모닝의 부분변경 등 일부 신차 투입으로 국내 판매량을 전년보다 5%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신차들이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을 올려 앞으로 출시할 신모델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식상해진 기아차 디자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차를 내놓을 때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