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왼쪽)이 한창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것도 약물 과용에 의한 죽음이라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최근작 ‘마지막 사중주’(2012)에서 현악 사중주단의 제1바이올리니스트를 맡고 싶어 하는 제2바이올리니스트 역으로 무척 인상적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이 영화의 대단원은 베토벤의 말년 작품인 현악 사중주곡 제14번이 장식한다. 40분에 걸쳐 악장 간에 휴지 없이 연주되는 대작이자 궁극적인 영원성을 표현한 명곡이다. 오스카 남우주연상도 거머쥔 명배우였던 만큼 호프먼도 현악 사중주단의 일원을 연기하면서 이 곡의 가치를 느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도 약물의 유혹은 막을 수 없었다. 예술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만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고 믿지는 말자. 역시 더 중요한 것은 의지다. 베토벤이 음악가이기 이전에 의지의 화신이었던 것처럼!

유형종 < 음악·무용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