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주장) 김지선(27), 리드 이슬비(26), 세컨드 신미성(36), 서드 김은지(24), 후보인 막내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이뤄진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1차전에서 일본을 12-7로 제압했다.
◆엎치락 뒤치락…막판 승기 잡아
양 팀은 경기 초중반에 엔드(회전)마다 2점씩 주고받으며 1점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승부는 6엔드에서 한국팀 쪽으로 기울었다. 4-5로 뒤진 상황에서 김지선은 마지막 스톤을 버튼(표적판의 중심) 가까이에 붙여 단숨에 3점을 획득, 7-5로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팀은 9-7로 앞선 채 시작한 9엔드에서 3점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정영섭 감독(57)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밤 12시 열리는 캐나다전까지 7일 동안 9개팀과 풀리그를 치른다. 예선 리그에서 4위 이내 성적을 거두면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4강전을 19일부터 시작한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10개국 가운데 국제컬링연맹(WCF)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10위로 가장 낮다. 일본이 9위며 1, 2위는 스웨덴과 캐나다다. 예선 리그에서 6승3패를 거두면 4강에 오를 수 있다.
대표팀은 올림픽 첫 승의 감동을 즐기기보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맏언니 신미성은 “아직 여덟 경기가 남았다”며 “언제든 뒤집힐 수 있으니 매 경기를 결승처럼 치를 것”이라고 답했다.
◆불모지서 ‘소치의 기적’ 도전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소치까지 오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컬링 경기장은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훈련장 단 2곳이다. 컬링 선수도 600여명으로 컬링 강국 캐나다의 약 200만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여자 컬링대표팀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세계컬링선수권대회에서였다. 당시 한국팀은 세계 최약체로 주목받지 못하며 1차전에서 체코에 패했지만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예선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우승팀 스웨덴과 컬링의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눌렀다. 미국 덴마크 중국 등을 차례로 꺾으며 6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 같은 활약에 신세계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100억원의 후원을 약속하는 등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자신들의 손으로 따낸 소치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컬링대표팀은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여러 대회를 치르며 기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중국오픈에서 ‘최강국’ 캐나다에서 출전한 팀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대회에서 홈팀 중국을 물리치고 3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